김서형-김희정-최수린, '쥐구멍에 볕 뜬' 스타들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아시아경제신문 문용성 기자]쥐구멍에도 볕 뜰 날이 있다더니 연예계에서는 김서형과 김희정, 최수린을 두고 하는 말이 됐다. 이들이 데뷔한지 모두 10년이 넘는 베테랑 연기자들이지만 방송가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 세 사람 모두 드라마 속 악역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1994년 KBS 공채 16기 탤런트로 데뷔한 김서형은 그동안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과 드라마 ‘파리의 연인’, ‘그린로즈’, ‘굳세어라 금순아’ 등에 출연했다. 평범치 않은 외모로 인해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켜 왔던 김서형은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에 출연할 당시 남다른 열연에도 불구하고 ‘에로배우’ 취급을 당한 적도 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미지 때문에 이후 출연작에서는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더라도 범상치 않은 캐릭터만 연기해 왔다. 한때 공백기를 갖기도 했던 그가 안방극장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한 것은 ‘파리의 연인’에서 극중 박신양의 전 부인 역으로 출연한 뒤부터다. 이후 ‘굳세어라 금순아’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배우로 어필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 최근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대박을 터뜨리며 김서형은 데뷔 15년 만에 다시 태어났다.
이에 앞서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19년간의 연기 경력을 쌓아온 김희정은 SBS ‘조강지처클럽’을 통해 재조명됐다. 극중 안내상과 불륜을 저질렀음에도 안방을 차지하고 들어온 모지란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김희정은 연기력은 물론, 높은 시청률을 견인한 공로까지 인정 받아 지난해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조연상 수상의 기쁨도 얻었다. 김희정 역시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연기 경력으로 따지면 이미 중견이다. ‘여인천하’ ‘야인시대’ ‘올인’ ‘폭풍 속으로’ ‘토지’ ‘슬픈 연가’ 등 현대극에서 시대극과 사극까지 대부분의 장르를 섭렵한 것. 하지만 스타성의 부재로 그는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 전문 배우로 인식돼 왔고, 모든 출연작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없어 대중으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의 연기 인생을 뒤바꾼 것은 ‘조강지처클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김희정은 이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주조연급 배우로 거듭났고, 조만간 방송될 MBC 새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 등 안방극장 속 감초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K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극중 김성수의 전 부인으로 출연 중인 최수린은 김희정과 비슷하지만 조금은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공채 탤런트가 아닌 1994년 SBS 1기 공채 MC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것. 현재 리포터로 활발한 활동을 벌리고 있는 조영구와 현재 활동이 뜸한 황수정 등이 그와 동기였다. 세련된 외모를 자랑하는 최수린은 황수정과 비슷하게 전문MC 일을 버리고 연기자로 전업해 수많은 작품에서 단역부터 조연까지 닥치는 대로 출연, 15년 동안 연기 내공을 쌓았다. 하지만 그 역시 김희정처럼 KBS ‘드라마시티’나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 등을 통해 ‘불륜 전문배우’로 이미지가 굳어 한동안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그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SBS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 극중 하희라의 시누이 역으로 출연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최수린은 드라마 속 악역으로 깊이 각인됐고, 이어 KBS 주말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에서 최고의 악녀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동안 쌓아올린 이미지와 인지도 덕분에 최수린은 최근 영화 '마린보이'에서도 뇌쇄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마담 역으로도 출연한 바 있다. 결국 내공 있는 연기자들에게 언제가 성공의 문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 출연하는 작품마다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열성적으로 연기하다 보면 작품의 성공과 더불어 배우로서의 인정도 뒤따른다는 교훈을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힘들고 외로운 시절을 보낸 뒤 이제 화사한 봄날을 맞이한 이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쳐나갈지 기대된다.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대중문화부 문용성 기자 lococ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