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형일기자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의 강계두 이사장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의 연구개발(R&D) 집적화단지다. 이곳엔 3만 명 가량의 분야별 전문가들과 8000여 박사들이 피땀 흘려 이뤄낸 R&D(연구개발) 결과들이 쌓아올려져 있다. 그래서 21세기 한국경제의 성장 동력이자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곳으로 평가 받는다. 그만큼의 정부와 국민들의 기대도 크다. 그래서 대덕특구의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기업체 등 R&D주체들 간의 연계를 강화해 대덕특구의 직접적인 성장을 이끌어야할 ‘대덕특구지원본부’(특구본부)의 사명감은 더욱 크다. 지난해 12월 특구본부의 사령탑에 앉은 강계두 이사장(55·사진)의 고민도 거기서 시작된다.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갑천변의 특구본부 2층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일을 할수록 이 자리의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진다”면서 “잘못했다가는 결과적으로 국가발전을 표류시키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고의 틀 깨 규모의 힘 발휘해야=고민이 깊었던 탓일까. 그에게 말을 걸자 그동안 생각해온 것들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원고를 보지 않고 달변으로 청중들을 사로잡는 웅변연사 같았다. 그가 이사장으로 앉고부터 맨 먼저 생각했던 게 ‘사고의 틀을 깨 영역을 넓혀야 한다’는 것. 아직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대덕특구의 산업기반을 어떻게 하든 넓히고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강 이사장은 “대덕특구엔 산업바탕이 너무 부족하다. 대기업이 없는데다 나머지 업체들도 한해 매출액 50억원 미만이 절반 이상이다. 매출액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이 이제 2곳 나왔지만 여전히 ‘스타기업’들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게 과제다”고 말했다. 대덕특구는 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기업들이 입주해 산업기반이 만들어진 건 최근 10년의 일이다. ‘대기업 유치’나 ‘대규모 산업인프라 조성’에 대한 필요성이 끊임없이 불거진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대덕특구는 ‘지역적 고유명사’가 아닌 ‘기능적인 고유명사’로 인식하고 ‘대덕특구의 법적인 영역’을 늘려 산업기반을 다질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덕의 첨단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선 산업시설이 필요한데도 지금처럼 한정된 영역에선 얻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덕특구는 국가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경쟁력 전반을 끌고 가야할 사명을 띤 만큼 ‘대전’이란 지역적 틀을 넘어 충남 연기, 충북 오송 등지로까지 영역을 확대, ‘규모의 힘’을 발휘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다. 그는 “현재 대덕특구 테두리 안에선 활용할 수 있는 산업단지가 거의 없고 건물과 땅 분양가도 다른 산업단지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면서 “지리적 여건만으론 산업기반을 넓히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대덕특구만의 정체성을 만들자=강 이사장은 ‘대덕특구만의 문화와 정체성을 찾는 일’도 대덕특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세계적 연구개발클러스터인 중국의 중관촌이나 미국 실리콘밸리 등과 같이 자기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덕특구 안의 32개의 출연연구원과 70개 민간기관, 6개의 대학, 800개의 기업체가 가진 각자의 문화를 하나의 결정체로 만들어 상승효과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대덕특구만이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나오고, 대덕특구만이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만들어져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주목받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또 대덕특구에 와있는 유학생, 연구원 등 1000여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좋은 기대와 추억을 갖게 되고 자기나라로 돌아가서 고급인력으로 활용될 그들이 친한파(親韓派)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