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츠데일 16번홀은 '수퍼볼경기장(?)'

2만명 갤러리 거대한 스탠드에 운집 '먹고, 마시고, 떠들고'

"엄청나다. 지구상에 이런 홀은 단 한 곳 밖에 없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FBR오픈이 열리는 아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TPC 16번홀(파3ㆍ사진)은 선수들에게 악명높은 홀로 유명하다. 불과 162야드 거리에 9번 아이언 샷으로도 쉽게 버디를 솎아낼 수 있는 홀이지만 선수들이 이 홀에 들어서면 훌리건 수준의 갤러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홀은 무엇보다 거대한 갤러리 스탠드가 압권이다. 홀 전체를 둘러싼 2층의 스탠드에 최대 2만명의 갤러리를 수용할 수 있어 마치 미식축구(NFL) 수퍼볼 경기장 같다. 로마시대 검투장을 연상시킨다 해서 애칭은 콜로세움이다. 인근에 위치한 미국프로농구(NBA) 피닉스선스의 홈구장 US에어웨이스센터의 규모가 1만700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스탠드에 운집한 갤러리는 편안하게 맥주를 마시고 떠들다가 선수들의 샷이 마음에 안들면 곧바로 야유를 퍼붓는다. 이 홀에서는 골프에티켓도 없다. 티잉그라운드 뒤에 설치된 초대형 스크린에는 선수들의 모든 행동이 클로즈업되면서 더욱 기를 죽인다. 선수들은 당연히 괴로울 수 밖에 없다. 아리조나주립대 출신의 '프랜차이즈 스타' 필 미켈슨(미국)이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서면 함성은 수퍼볼 경기장 못지 않게 커진다. 미켈슨은 30일(한국시간) 끝난 1라운드에서 5오버파 76타로 최악의 경기를 펼쳤지만 이 홀에서는 다행히 티 샷한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가볍게 파를 잡아내 야유를 피해갔다. 주최측에게는 물론 '효자 노릇'을 하는 홀이다. 이 홀의 유명세가 지난해 4라운드 동안 58만8000명의 갤러리를 입장시킨 원동력이다. 올해는 아리조나를 연고로 삼고 있는 NFL 아리조나 카디널스가 2월1일 수퍼볼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분산될 수도 있다. 주최측은 그러자 수퍼볼과 겹치는 최종일 경기에는 카디널스 복장을 한 팬들을 무료 입장시키기로 결정해 분위기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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