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ELS가 기가 막혀!

"지주와 반도체 주가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주식연계증권(ELS)에 투자해 보시면 어떨까요? 6개월마다 찾아오는 조기 상환일에 두 종목의 주가가 처음 가입하실 때 주가의 90% 이상이면 수익률이 연 12%나 됩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 1주일을 앞둔 여의도가 혼란스럽습니다. 자통법 시행에 따른 제도 개선과 업계 재편 가능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 급격하게 팔려나간 ELS상품들이 당시 창구 설명과는 달리 너무도 초라한 성적표로 속속 만기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이야기 역시 최근 나오는 얘기가 아닙니다. 2년전 ELS와 관련한 기사 내용을 찾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반토막 펀드와 관련한 대규모 소송사태에 이어 조만간 ELS 대란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일부 ELS 상품 손실액이 이미 펀드 손실액을 넘어선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만기 도래하는 ELS는 월평균 2조원∼2조 5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ELS 월판매액 2000억원에 비해 10배 이상되는 규모입니다.   만기되는 ELS의 대부분이 손실을 본 가운데 일부 종목의 경우 손실률이 70%를 웃돌고 있다 합니다. 계산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현재 8000원선인 하이닉스의 2007년 2월 당시 주가가 3만2000원대였음을 감안하면 하이닉스를 벤치마킹 종목으로 했던 ELS의 단순 손실률은 75%로 쉽게 추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금융과 신한지주 등을 기초자산으로 했던 ELS 역시 각각 3분의 2 또는 반토막 수준입니다.   금융권은 당시 ELS를 경쟁적으로 판매하면서 ELS를 마치 적금을 대신할 목돈 키우는 방법으로 설명하는 등 투자자들을 꼬드겼습니다. 적금에 비해 ELS 판매수수료가 훨씬 높았던 때문이지요.   그즈음의 신문기사를 한번 더 들춰봤습니다. 당시 A증권사의 경우, 대리급 직원에게 연초 할당된 ELS 판매목표량이 연간 40억원이었다 합니다. 매달 3억원이 넘는 상품을 팔아야 하는 셈입니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지금처럼 ELS에서 큰 손실이 날 확률은 정규분포도상 맨 끝단에 해당하는 정도"라며 "누가 IMF 때보다도 주가가 더 크게 추락할 줄 알았겠냐"고 뒤늦게 토로합니니다.   제 돈이 아닌 남의 돈을 굴리는 전문가라면 쥐꼬리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작은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대비했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요. 이경탑 기자 hangang@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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