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 샤넬이 롯데백화점 철수를 선언하면서 명품과 유통업체 간의 힘겨루기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를 놓고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샤넬 측이 오는 29일부로 롯데백화점의 대형 점포 7곳에서 철수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20일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샤넬과 여러 차례 협의를 거치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일부 매장의 철수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 측은 지난 해 하반기 가을·겨울(F/W) 정기 MD 개편을 앞두고 전체 화장품 협력사들에게 브랜드별 매장 위치와 면적 등을 조정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백화점 1층 매장에서 가장 크고 유리한 위치에 입점해 있는 샤넬이 MD 조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수개월간 협의가 이어져 왔고 매장 개편 작업도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정기 MD 개편은 공정한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화장품 매장 전체의 효율적 운영과 매출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며 "주요 7개점에서 샤넬이 철수하고 나면 점포별로 매출 순위 상위 브랜드를 더 좋은 위치로 이동해 재배치하거나 면적을 확대하고, 새롭운 브랜드들을 추가로 입점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샤넬 측의 설명은 다르다. 지난 해 롯데 센텀시티에 샤넬 패션부띠끄를 열지 않기로 결정한 직후 롯데백화점이 7개 샤넬 화장품 매장의 이전을 요구해 왔다는 주장이다.
샤넬 관계자는 "롯데가 매출 부진을 이유로 들며 7개 매장에 대한 계약 해지를 통보해 온 것은 불공정하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롯데의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어 매장을 철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 7개 매장 외에 다른 57개의 샤넬 매장은 영업을 계속할 것이며, 올해 3개의 화장품 매장 오픈과 함께 3월에는 패션 부티크도 추가로 문을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샤넬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의 간판으로 군림하며 매출 순위에서도 선두를 유지, 매장 면적이나 위치 등을 조정하는데 있어서는 언제나 유통업체보다 힘의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약진으로 샤넬의 매출 순위가 5위권으로 하락하면서 영향력이 예전만 같지 못한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보복성 조치라는 주장과, 샤넬이 무리하게 1등 브랜드로서의 지위만을 주장하고 있다는 주장 모두가 일면 설득력이 있다"며 "하지만 국내 1등 백화점에 샤넬 화장품 매장이 없다는 것은 양사 모두에게 득보다는 실이 큰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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