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검찰 등 정부 사정기관이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케이블TV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내사가 이명박 정부가 진흥을 꾀하는 IPTV(인터넷TV)와 경쟁하는 방송매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정원과 검찰 등이 SO를 대상으로 내사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SO들이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사업을 해오면서 불법과 편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내사는 SO들의 불법적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사정기관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SO에 대한 내사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일부 SO의 경우 탈세 등의 비리가 심각하다는 첩보가 오래 전부터 입수돼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사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더라도 정보수집 수준에 그칠 수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검찰 등에 넘겨 수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밝혀, 상황에 따라 SO 업계에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몰아닥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국 1400여만 가구가 시청하는 케이블TV 업계는 표면적으로 SO와 PP(프로그램 공급 사업자)가 공생관계이지만 채널권을쥐고 있는 SO가 PP보다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SO는 PP들에게 수신료 리베이트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사정기관의 판단이다.
PP업계의 한 관계자는 "SO가 자사의 행사 협찬비 등의 명목으로 PP들에게 현금 협조를 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같은 수신료 리베이트를 '알'(R, 리턴)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SO를 겨냥한 이번 내사가 더욱 주목받는 것은 IPTV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IPTV 정부'라고 할 만큼 이명박 정부는 IPTV 산업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고 있다. IPTV 정책과 관련, 청와대 기획조정실과 방송통신위원회간 긴밀한 협력체제가 구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IPTV 산업은 콘텐츠 확보가 여의치 않아 상용서비스 초반부터 애를 먹고 있다. SO들의 견제로 PP들의 IPTV 진출이 더디게 이뤄지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SO에 대한 내사가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SO 길들이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 마디로 SO가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이다.
국정원측은 "내사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IPTV를 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SO에 대한 내사에 돌입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며 "IPTV와 케이블TV간 공정한 경쟁의 틀이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수도권 MSO의 한 관계자는 "SO가 불법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IPTV를 띄우기 위한 내사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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