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당초는 내수 살리기위해 기업ㆍ가계가 혜택을 받겠다는 취지였는데, 실제로는?
은행, 자본확충 압박에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마진축소 대출금리 못 내려</strong>
한국은행이 세달 새 기준금리를 2.75%포인트 인하하는 파격적 조치를 감행했지만 실제 기준금리 인하 혜택이 국민들에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출금리는 원하는 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는 반면 예금 금리는 대폭 인하됐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의 수출 상황이 매우 악화되면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기업과 가계가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된 한은의 파격적 기준금리 인하가 무색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주택가격의 급속한 하락세를 반영, 은행들이 대출상환에 대한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국민은행연구소는 최근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가격이 7∼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지난해 4분기에 1.2%가 하락한 만큼 올 상반기에 추가 하락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외환위기 당시 급격한 금융 및 실물경제 충격으로 13개월 동안 전국 주택가격이 13.2% 하락했지만, 현재 주택시장 침체는 약 10~12개월 동안 지속하고 가격 하락 폭은 10%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더해 은행들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고금리 후순위채를 발행, 마진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기준금리 혜택이 은행들에게만 돌아갔다고 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따라 은행들은 가계대출 부실화에 대한 리스크 때문에 가산금리를 속속 올리거나 금리방법을 변경하는 등의 묘수도 내놓고있다. 가계대출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그만큼 가산금리도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가산금리는 통상 가계대출자의 신용등급 1~10등급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하나은행의 3개월 CD연동 대출금리는 현재 연 4.38~6.08%. 하지만 하나은행은 3영업일 기준 평균 CD금리를 일별 반영해 대출금리를 책정했으나 CD금리가 최근 급속 떨어지다보니 올해부터 일주일단위로 CD금리를 반영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실제 조달금리와 괴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BIS 비율을 맞추라고 권고해놓는 바람에 7%대 후순위채를 마구 발행했다"며 "결국 후순위채와 대출금리간 마진때문에 금리를 더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은행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후에도 금리를 내리지 않는 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나 자신감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하보다는 은행의 생존 가능성과 위기상황을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제대로 해 선별적 옥석가리기가 이뤄지도록 하고, 은행에는 자본확충펀드 등을 통한 지원으로 자금조달이 수월해 지도록 함으로써 혜택이 기업과 가계에 돌아가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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