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이혜린 기자]올해로 데뷔9주년을 맞은 가수 린이 2009년 발라드 감성의 첫번째 주자로 나섰다. 오는 13일 자신의 색깔이 듬뿍 배인 5집 '렛고, 렛인, 잇츠 어 뉴 데이(let go, let in, it’s a new day)를 발매하고 여성 발라드의 힘을 이어나갈 계획.
최근 만난 그는 5집 준비 과정을 풀어내며 대한민국에서 발라드 가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소회도 함께 전했다. 댄스, 일레트로닉 일색의 가요계를 보며 춤을 배워야 하나 고민했던 순간부터, 지나간 연인에 대한 마음을 노래로 표현하는 아픔까지 다양한 고민의 흔적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1. 변화는 두려워
발라드 가수가 갑자기 음악 장르를 바꿀 경우 대중과 언론은 '얼마나 변했는지' 여부에 크게 관심을 쏟게 마련이다.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그런 식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건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저는 변화를 되게 두려워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저는 대중 가수이기 때문에, 대세에 따르고 타협하는 지점도 있어야 했죠. 그래서 얼마나 고민했는지 몰라요. 춤 레슨을 받아볼까. 섹시한 옷을 입어볼까.(웃음) 그런데 어쩌겠어요. 곡을 모으고 가사를 쓰다보니, 결국 저는 발라드더라고요. 아직은 제가 잘하는 걸 하고 싶어요."
지난 연말 디지털싱글로 발표한 '매력쟁이'는 린이 조심스럽게 '대세'와 살짝 영합해본 곡이다. 발랄한 느낌의 러브송인 이 곡은 린이 발라드로 본격 컴백하기 전에 팬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보다 가볍게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준비한 노래다. MC몽의 피처링도 잘 맞아떨어졌다.
"MC몽씨의 씩씩한 목소리가 참 좋아요. 저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잘 감싸주는 것 같아요. 디지털 싱글이라 방송 활동도 안하고, 큰 기대도 안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2. 대중이 원하는 것과 린의 실제 모습
최근에는 발라드 가수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망가지는 것이 흔한 광경이 됐지만, 예전만 해도 이는 꽤 파격적인 모습이었다. 워낙 발랄하고 쾌활한 린은 몇몇 프로그램에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맞닥뜨려 속상해 한 적도 있었다. 대중이 여성 발라드 가수에게 바라는 모습과 실제 린의 성격이 꽤 달랐기 때문이다.
"가식과 진심 사이에서도 고민 많이 했죠. 발라드를 하다보니 제 성격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뭐만 하면 '발라드가수가 왜 그래' 그러셨죠. 제가 그 틀 안에서만 움직이는 게 과연 진실이까 많이 생각했어요. 예전엔 TV에 나가서 아무말도 없이 가만히 서있기만 한 적도 있었죠."
음악 역시 대중성과 자신의 색깔을 조율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또래의 비슷한 경력을 가진 가수들이 모두 그러하듯, 자신의 음악적 키는 점차 커져만 가는데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한자리에 머물러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10년 전후의 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은 모두가 대중성과 음악 욕심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해봤노라고 고백하는 상황. 린도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음악만 하다보니까 듣는 귀는 자꾸만 고급이 돼가는데, 막상 부르는 노래는 쉬운 노래를 지향해야 한다는 딜레마는 있어요. 그런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어요. 대중은 제가 무시할 수 없는 '전부'거든요. 옛날에는 대중성과 타협했다는 말도 사용하곤 했는데요. 그 조차도 자만이었죠. 제가 뭔데 타협을 하겠어요. 새 음악이 나올 때마다 대중의 마음에 쏙 들도록 하는 것도 어려운 거라는 걸 알게 됐어요."
#3. 지나간 연인을 노래하는 것, 5집이 마지막
린은 노래 뿐 아니라 가사로도 여성팬들과 교감하는 것을 중시하는 편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직접 쓴 가사는 마치 쉽게 읽히는 일본 소설처럼 여성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총 10곡 중 7곡의 가사를 직접 쓴 5집 역시 이같은 린의 특성을 잘 드러낼 전망. 린은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남자친구를 몇년 째 '울궈먹고' 있다며, 그를 염두에 두고 노래하는 건 이번 5집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요. 많이 보고 싶어요. 제 슬픈 노래의 주인공이죠. 이번 가사도 그런 내용이에요. 한때 내 전부였던 그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인데요. 어떻게 지내나요, 건강은 어떤가요 라고 물어요. 제가 마음을 전할 길이 없어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고 가사를 썼어요."
자신의 아픈 경험이 떠오를만한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 역시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지난 앨범의 '이별살이' 녹음 때는 주저앉아 펑펑 울어버린 경험도 있다.
"휘성이가 쓴 '이별살이'란 곡을 녹음하고 있었는데요. '운다고 돌아올 그대가 아닐테니' 이 부분이 너무 와닿은 거예요. 목이 메이고, 가슴이 막 아픈 거 있잖아요. '사랑해'라고 말했던 그 남자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막 들려오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동안 솔로였던 기간이 3개월 남짓이었을 만큼 꾸준히 사랑을 해온 그는 이번 5집 활동으로 모든 걸 정리하고 연애도 당분간 쉴 예정이다.
"사랑은 조금 지쳤어요. 이제 진짜 일에 올인해야죠. 전 진짜 30대가 기다려지거든요. 그때가 되면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업그레이드된 제가 있을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도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되겠죠."
린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에쿠니 가오리. 쉽게 읽히면서도 깊은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글이 정말 좋다는 생각에서다. 린이 가사를 쓰는 기준도 마찬가지. 5집 타이틀곡 '사랑..다 거짓말'도 린이 직접 가사를 쓴 노래다. 제목만 봐도, 또래 여성들의 마음이 움직일만하다. 린은 여성들이 쉽게 공감하고 '내 이야기'라고 느낄만한 노래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혜린 기자 rinny@asiae.co.kr 사진제공=굿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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