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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노동력 부족한 美‥반도체 제조 강국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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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노동력 부족한 美‥반도체 제조 강국 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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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한국을 찾은 친구의 모습은 바빠 보였다. 미국 워싱턴DC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친구는 한국기업의 현지 진출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 누구보다도 한국기업의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진출 노력을 체감하고 있었다. 기업들의 투자와 입지확보, 그리고 지자체의 인센티브 제공을 둘러싼 여러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던 친구는 갑자기 “그래도 쉽지는 않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꿈꾸는 미래와 미국의 현실이 매우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어려운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노동력 부족이었다. 큰 비용을 투자하여 공장을 건설하더라도 제대로 된 인력을 구하기는 정말 쉽지 않으며, 대기업이 아닌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전언이었다.


미국의 제조업은 수십 년에 걸쳐 해외이전으로 약화됐다. 생산기술에 대한 연구와 교육 및 훈련체계가 붕괴하면서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섬유산업의 경우 20% 인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금속제조업 역시 2024년까지 4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제조업이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당장의 노동력이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미숙련 노동력도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모든 숙련 노동자들이 고용되더라도 미국 내 제조업은 여전히 약 35%의 일자리가 비어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딜로이트의 예측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0만명 이상의 제조업 노동력이 부족하다. 현재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약 4000만명의 베이비 붐 세대 가운데 25%인 1000만명은 제조업, 그것도 전통적인 제조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이 은퇴할 경우 제조업 노동력 부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물론 미국 제조업 일자리 숫자는 2000년 이후 20년에 걸쳐 25% 이상 감소했지만, 기술의 진보와 자동화 등에 따라 생산량 자체는 감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제조업이 반도체, 이차전지와 같은 첨단제조업 분야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인 대만 반도체 업체 TSMC는 자국보다 50% 이상의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생산라인 근무 인력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가의 전문적인 장비를 다루고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정작 이러한 능력과 경력을 보유한 노동력은 제조업 현장보다는 사무직 등 다른 업종을 선택하고 있다. 정해진 일을 규칙에 따라 해야 하는 일보다는 자유스럽고 더 많은 보상의 기회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이후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을 통해 미국 내 첨단제조업 유치를 위한 당근과 채찍을 동원하고 있으며, 여기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를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의도적인 공급망 재편과 시장과 연계된 투자 의무화에 직면한 기업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감한 대규모 투자가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역사적으로 강대국의 품을 벗어난 제조업이 부활하고 도약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40년 넘게 탈산업화의 길을 걸어온 미국이 과연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선발자의 이득을 확보하려는 노력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비책 역시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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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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