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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정치' 아닌 '전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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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소환통보에 날선 반응
지방선거 참패 이유 돌아봐야

[논단] '정치' 아닌 '전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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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죄 없는 김대중을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이나 뭐가 다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소환 통보가 있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했던 말이다. 국정에서의 잘못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윤석열을 전두환과 같은 반열에 놓는 것도, 이재명을 김대중과 같은 급으로 올려놓는 광경도 생뚱맞다. "윤석열 정권은 참 나쁜 정권이고, 윤석열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 같다"고도 했다. 2007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쏘아붙였던 악담을 떠올리는 표현이었다.


요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쏟아내는 말은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경우들이 많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해외순방에) 꽤 많은 예산이 소모된다"면서 "김건희 여사도 같이 가시던데 왜 꼭 같이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김 여사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부인의 기본적인 역할까지도 부정하는 광경은 당혹스럽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정숙 여사는 ‘피라미드 관광’이며 ‘옷값’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해외순방에 동행했다. 2018년 11월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홀로 인도를 방문해 논란이 됐을 때 옆에서 수행했던 사람이 고민정 당시 청와대 부대변인이었다. 그러니 인간은 망각의 존재임이 틀림없다.


급기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등장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러다가 (윤 대통령이) 임기는 다 채우겠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 나라 최고 권력인 대통령의 권력도 촛불 앞에서 내려왔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임기 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새 지도부가 출범한 이래로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는 누가 더 ‘쎈’ 발언을 하는가를 경쟁하는 무대가 된 듯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 발의,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진상규명단 구성에 이어 국정감사를 벼르며 전방위적인 ‘김건희 저격’에 나섰다. 불소추 특권을 가진 윤 대통령까지 허위사실 공표죄로 고발했다. 그렇지 않아도 ‘역대급 강성 지도부’라는 소리를 듣던 민주당 지도부가 초강경 노선을 택한 것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소환 통보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민주당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야당은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비판과 견제는 합리적이어야 하고, 상대를 인정하는 전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공존의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의 모습은 대통령 부부를 오직 악마로 만드는 데 여념이 없어 보인다. 정권을 향한 성난 적개심만이 전해질 뿐, 이 지독한 증오 정치의 악순환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감히 마녀의 편을 들어서인가.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 입장을 밝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개딸’ 팬덤들의 문자폭탄이 투하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조 의원이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훈계한다. ‘20년 집권’을 호언하던 민주당이 어쩌다가 5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되었는지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다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사실도 벌써 잊은 듯하다. 검찰의 소환 통보를 이재명 대표에게 알리던 김현지 보좌관의 문자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전쟁입니다." 그 문자는 사실이었다. 민주당이 지금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전쟁’이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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