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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20년 사업전략은 '아끼고 줄이고 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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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20년 사업전략은 '아끼고 줄이고 엮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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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제지표에 빨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 수출 감소, 내수 침체에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하다. 추락하는 제반 지표에도 정책 당국자들의 인식과 대책은 변죽만 울리는 희망 고문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하는 신년 사업전략의 요체는 '아끼고 줄이고 엮어야 한다'다. 지출을 아껴서 현금을 확보해 장기불황 대응력을 높이고, 기존 아날로그 사업 부문에서 몸집을 줄여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디지털 기술로 엮어서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 방향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맹장염과 같은 일회성 쇼크의 성격이었다면 이번은 당뇨와 고혈압 등 성인병의 만성질환에 가깝다. 출산율 추락에 따른 인구감소,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 등 구조적 장기 불황 요인들이 겹치기 때문이다.


불황을 견디는 기초체력은 1차적으로 현금(cash)에서 출발한다. 수천억 원의 장부상 이익이나 자산을 갖고도 수십억 원 현금이 없으면 극단적 상황으로 내몰린다. 평상시에는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하면 빌리면 되지만 불황기에는 상황이 돌변한다. 이런 상황에서 믿을 것은 내 손 안의 현금이다. 따라서 기업은 현금 유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보유 현금을 가능한 한 늘려서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


한계에 봉착한 기존 아날로그 사업은 선제적 사업구조 재편의 방식으로 몸집을 줄여야 한다. 21세기 초반 미디어, 유통에서 촉발된 디지털 격변은 숙박, 교통, 음식료 등 전통산업으로 본격적으로 파급되면서 기존 기업들은 대대적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다. 19세기 후반 태동해 100여년 동안 지속된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고 자율주행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자동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미국 GM은 북미 5개 공장을 폐쇄하고 1만여명을 감축했고, 독일 아우디도 2025년까지 95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도 임원을 대폭 감축하고 직급을 통폐합했으며, 폭스바겐, 포드자동차, 르노-닛산 등 여타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기존 내연기관 부문의 자산과 인력을 줄여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미래 모빌리티 부문에 투자를 집중한다. 나아가 이러한 사업재편은 업종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불황에 견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살아남으면서 미래의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 키워드는 디지털이다. 기존 사업을 디지털과 엮어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혁신을 거창하게만 접근하지 않고 각자의 입장에서 가능한 방식을 모색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경쟁이 치열한 음식료시장에서 온라인 전용제품을 만들어 높은 성과를 올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시장입지가 강한 기존 오프라인 제품은 채널 충돌, 브랜드 훼손 등으로 온라인 전개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처음부터 온라인용 제품을 기획-출시해 시장을 확대한 사례다.


만약 아끼기도 어렵고, 줄이기도 쉽지 않고, 엮을 아이디어도 없다고 판단되면 접어야 한다. 현금이 부족하면 불황을 견딜 수 없고, 비대한 몸집으로는 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고, 아이디어가 없이 기존 방식으로 열심히 해서는 시간이 갈수록 시장주도권은 약화하고 이익률은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인수합병(M&A) 등 적절한 방식의 출구전략 선택이 합리적이다.


만성적 장기불황의 경고등이 켜지고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적 혼선까지 겹친 상황에서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기업가는 현재의 위험을 관리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2020년은 중요한 분기점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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