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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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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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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을 승리자라고 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라고 하여 위대한 영웅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천하의 부처님도 실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서남북으로 난 성문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태어나고 죽는 인생의 전 과정이 고통임을 통찰한 청년기의 사건인 사문유관(四門遊觀)은 감수성 예민한 청년기를 겪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거쳤을 열병과 같은 경험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한때의 열병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바꾼 것은 그 고민의 깊이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부처님의 용기였다.


출가 후 부처님이 찾아간 스승은 당시 인도 전역에서 가장 뛰어난 요기(수행자)로 알려진 알라라깔라마와 웃다까라마뿟따였다. 두 스승으로부터 선정의 기법을 배운 부처님은 그 어떤 제자보다 빠르고 탁월하게 최고의 선정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생로병사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길을 떠났다.


동료들의 찬탄과 당대 최고의 스승으로부터 받은 최고의 요기라는 인정, 심지어 교단의 후계자로 삼겠다는 스승의 간곡한 만류조차 부처님을 붙들지 못했다.


그후 부처님이 찾아간 것은 고행 수행자의 무리였다. 부처님의 고행은 고행 수행자들의 무리 가운데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혹독했다. 음식을 끊고 호흡을 줄이고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히기를 6년, 사람들은 그가 죽었는지 의심했다. 그러나 살인적인 고행의 끝에 부처님이 얻은 것은 고행으로 생로병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참담한 결론이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일이 부처님인들 어찌 쉬웠을까. 더구나 6년의 혹독한 고행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을 것이다.


고행을 그만두었을 때 함께 수행하던 다섯 명의 죽마고우로부터 타락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실패의 쓰라림만 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출가할 때 품었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부처님은 결연히 "아니!"라고 말했다.


불전 문학에서는 바로 다음에 일어난 일, 그러니까 고행을 그만두고 보리수 아래 홀로 선정에 들어갔을 때, 마왕의 방해와 마왕의 세 딸의 유혹을 물리치고 깨달음을 얻은 성도의 과정을 승리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고행을 그만두었을 때 부처님은 이미 승리자가 아니었을까.


무릇 실패하는 자는 실패한 사실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다. 어쩌면 당시 수행자들 중에도 그들의 실패를 눈치 챈 이들이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기울인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 세상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기 어려워서, 또는 세상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이 두려워서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그 자리를 고집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승리자는 실패를 인정하는 사람, 실패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강의할 때마다 이 대목에 이르면 옷깃을 여미며 돌아본다. 내 주장이 잘못임을 알고도 고집하지 않는지, 실패임을 알고도 인정하지 않는지.


불교를 자기 종교로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세상에서 성공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면, 고행을 그만두고 홀로 보리수 아래로 나아갈 때의 바로 그 결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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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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