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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거래' 여론전 펴는 日…화이트리스트 배제 일단 미룬 韓
최종수정 2019.08.08 11:44기사입력 2019.08.08 11:44

군사전용 우려 없는 개별 계약건 허가로 양국 긴장감 일부 완화

동북아 외교 정세 고려해 상황 풀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


'정상거래' 여론전 펴는 日…화이트리스트 배제 일단 미룬 韓 (자료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세종=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정현진 기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강화 조치 이후 한 달여 만인 8일 첫 수출 허가 결정을 내린 배경은 자국의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국제 사회의 비판 여론을 우회하려는 시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곧바로 맞대응하기보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대응 조치에 나서기로 하는 등 한 템포 쉬어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가 확전보다는 다시 한 번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에 나설지 주목된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공격은 세계 지도 국가답지 않은 부당한 처사이며,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으로서 자기 모순"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일본의 경제 공격이 원상 회복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이날 "어제(7일) 일본 정부는 백색국가 제외 시행세칙을 발표하면서 기존 3개 품목 외의 규제 품목을 지정하지 않았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 3개 품목 중 하나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했다"고도 말했다. 일본의 조치를 의미 있게 본 것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하기로 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안 발표를 연기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들의 피해와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숨 고르기인지, 한일 경제 전쟁 확전을 유보하는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정부는 일본의 시행세칙을 꼼꼼히 뜯어보며 행간에 숨어 있는 독소조항은 없는지 분석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이번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한국의 수출 관리 시스템이 미흡해 일본에서 수출되는 물품의 군사 전용 등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는 입장이었다. 동시에 심사 우대 절차는 받지 못해도 개별 계약 건을 심사해 군사 전용 우려 등이 없다면 수출 허가는 내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를 고려하면 일본 정부가 군사 전용 우려가 없는 개별 계약 건을 허가해줌으로써 한일 간 긴장감을 일부 완화하면서 자국의 조치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일본 내 수출 기업들의 피해 최소화도 고려한 셈이다.


국제 사회의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의 배경 중 하나다. 지난달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 발표 이후 일본 내에서는 물론 미국 등 국제 사회에서는 비판이 잇따랐다. 일본이 무역 이슈를 정치 문제에 결부하면서 자유무역을 강조하던 일본이 경제 리더로서의 이미지를 스스로 내려놓고 글로벌 기술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술을 따라 한다고 비판받기도 했다.


아울러 동북아시아 외교 정세를 고려해 한일 갈등 상황을 다소 완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통보 시한을 앞두고 파기 가능성이 나오면서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전면에 등장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아베 총리를 만나 GSOMIA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한국ㆍ일본 담당 동아시아ㆍ태평양 부차관보도 한일 관계에 미국이 관여할 것이며 동맹국 간의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음에도 미국이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를 희망하는 상황이어서 한일 갈등으로 인한 동북아 동맹 관계가 분열되는 것은 막으려는 미국의 입장에 일본이 발을 맞추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1건에 대한 한국 수출을 허가했다는 것을 유화적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면피성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7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수출 상대국 분류 체계를 기존 화이트국과 비(非)화이트국 구분에서 A, B, C, D그룹으로 재분류해 한국을 B그룹에 포함시켰다. 그룹 B로 한 단계 낮은 대우를 받게 되는 한국은 오는 28일 이후 나사, 철강 등 수많은 비규제 품목에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 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고, 한국 수출이 불허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함께 공개했다. 다만 일본은 이미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한 반도체ㆍ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 규제 품목은 지정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허가 지역을 '가' 지역과 '나' 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별도로 분류하는 개정안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에 대한 일종의 맞대응 카드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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