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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우리는 왜 눈물을 흘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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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우리는 왜 눈물을 흘리는가? 이용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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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종류의 눈물이 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한 눈물, 자극을 받았을 때 자동적으로 흐르는 눈물, 격한 감정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다. 악어도 눈물을 흘린다. 먹이를 먹을 때 침샘 옆에 있는 눈물샘이 함께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프거나 기쁜 감정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눈물은 세 겹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바깥쪽에 기름 성분의 지질층이 있고, 가운데에 수분으로 된 층이 있으며, 안쪽에 점액층이 있다. 눈물의 98%는 물이다. 나머지 지질층과 점액층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세균으로부터 눈을 보호한다. 가령 양파를 만질 때 눈물을 흘리는 것은 양파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눈물이 짠 것은 눈물 속에 포함된 나트륨 때문이다. 분에 못 이겨 흘리는 눈물은 더 짜다고 한다.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나트륨 농도가 짙어지기 때문이다. 눈물은 눈을 보호하기 위한 응급수단으로 진화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인간은 눈물의 용도를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켜 왔다.


■눈물의 사회적 의미

눈물은 진화가 이루어낸 놀라운 기적 중 하나다. 눈물은 통증, 스트레스, 울분, 슬픔의 신호이자 감격과 환호를 드러내는 기쁨의 신호다. 또 눈물은 동정이나 연민을 나타내는 공감의 신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왜 그런 상황에서 울어야 하는가? 개나 고양이는 아프거나 외로워도 울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이 의문에 매달렸다. 1970년대 생화학자 윌리엄 프레이(William Frey)는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물질도 함께 씻겨 내려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실컷 울고 나면 기분이 나아진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눈물을 항복의 신호로 해석한다. 오렌 하손(Oren Hasson)은 1990년대부터 줄곧 눈물을 연구해왔다. 그에 따르면 눈물은 상대방과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 진화했다. 약자는 강자와 갈등이 생겼을 때 눈물을 보임으로써 공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린다. 실제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적과의 싸움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가족이나 동료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결속과 유대를 강화한다. 가족이나 동료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복수를 다짐하는 전사들을 상상해보라. 그들은 슬픔과 분노를 공유한 한 무리의 전사로 재탄생한다.


눈물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때뿐 아니라 애원할 때도 눈물을 보인다. 특히 어린아이의 울음은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이자 욕구 충족의 도구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아이의 울음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2012년 주디스 넬슨(Judith K. Nelson)은 타인에게 의존적이거나 애착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주 울음을 터뜨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타인과 안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은 더 쉽게 울었다.


눈물이 없으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눈물이 없는 슬픈 표정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눈물은 슬픔, 아픔, 분노, 기쁨, 연민의 감정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낸다. 따라서 눈물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일 뿐 아니라 공동체의 결속과 유대감을 이끌어내는 윤활유다. 2013년에 이루어진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눈물이 없는 사람보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 눈물은 공감을 유발하는 촉매인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

여성이 남성보다 눈물이 많은 데는 문화적인 요인의 영향도 있다. 2011년 35 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의 여성들은 더 자주 눈물을 흘렸지만 가난한 나라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나라에서는 여성들이 눈물을 보일 기회가 적었다.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우리는 왜 눈물을 흘리는가? (C) Vassil

여자의 눈물은 남자를 무력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왜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할까? 2011년 이스라엘의 노암 소벨(Noam Sobel) 연구팀은 여성들의 눈물과 식염수를 각각 거즈에 적신 후 젊은 남성 50명의 코 밑에 부착했다. 그런 다음 여러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어떤 여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지 물었다. 실험 결과 남성들은 여성의 눈물이 묻은 거즈를 코 밑에 붙였을 때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졌고, 사진 속 여성에 대한 성적 매력도 덜 느꼈다. 여자의 눈물이 남자의 성적 충동을 억제시킨 것이다. 이들의 뇌를 촬영했을 때에도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과 관련이 있는 영역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여자의 눈물이 남자를 무장 해제시키는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1960년대 후반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노래가 전국을 휩쓴 적이 있다. 그러나 눈물이 사랑의 비극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며 여자만의 무기도 아니다. 2010년 일본 연구팀은 수컷 쥐가 암컷 쥐를 유혹할 때도 눈물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컷 쥐의 눈물에는 ESP1이라는 페로몬이 들어 있다. 이 페로몬은 암컷을 유혹하는 효과가 있다. 수컷의 눈물을 접한 암컷은 짝짓기를 허락하는 비율이 다섯 배나 높았다. 눈물은 수컷의 공격성을 진정시키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유혹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는 것이다. 때로 눈물은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차단한다. 가령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사람에게 잘못을 호되게 다그치는 사람은 드물다. 눈물은 자신의 처지를 더욱 악화시킴으로써 상대방의 동정심을 유도한다.


■눈물은 슬픔을 치유한다

2011년 한 연구팀이 여학생들이 쓴 일기에서 1004개의 사례를 추려내어 눈물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여학생의 30% 정도는 울고 난 후 기분이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학생들은 가까운 친구와 함께 있는 상황에서 눈물을 흘렸을 때 기분이 나아졌다. 하지만 두 명 이상의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효과가 없지만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앞에서 울고 나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35개국 2181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2009년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는 동안 호흡이 안정되고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경험을 했다. 또 시간이 지난 뒤에는 눈물을 흘린 순간을 긍정적으로 기억했다. 눈물은 카타르시스다. 하지만 감정적 동조와 사회적 지지가 없는 상태에서는 효과가 없다. 여러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은 심리적 치유 효과가 거의 없는 것이다. 감정 표현은 대개 타인을 향한 것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증세를 가진 사람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매우 낮고, 감정표현이 서툰 사람들 역시 눈물의 치유효과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다. 울분에 찬 눈물 역시 효과가 없다. 눈물을 흘리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부신피질자극 호르몬(adrenocorticotrophic hormone)이 씻겨내려 가지만 눈물을 억지로 참으면 스트레스가 오히려 증가한다.


그렇다면 기쁠 때는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감정의 균형'에서 찾는다. 2014년 존 바흐(John A. Bargh) 연구팀은 감정이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 눈물이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기쁨에 들떠 있을 때 눈물이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극도의 슬픔이나 분노를 느낄 때 헛웃음이 나오는 것도 같은 원리다. 울음은 슬픔으로 가득 찬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인정하는 방법 중 하나다.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이면 아픔은 정화된다. 그러므로 지독한 슬픔으로 고통 받는 사람에게 의례적인 위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섣부른 위로보다는 우는 사람 곁에서 함께 아파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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