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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은 더 이상 ‘大學’이 아니다

수정 2021.10.07 11:12입력 2021.10.07 11:12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1년 교육지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OECD 국가 평균을 상회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민간부담률이 높고 정부부담률이 낮은 것이 문제일 뿐이다. 그래도 10여년 전에 비하면 많이 개선됐다.


반면, 학교급별 학생 1인당 교육비는 문제가 심각하다. 대학생 교육비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초·중학생보다 낮기 때문이다. 대학생 교육비가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폴란드, 라트비아, 터키, 리투아니아, 러시아, 칠레, 멕시코, 그리스, 콜롬비아 등 9개국에 불과하다. 머지않아 우리의 대학교육 수준이 이들 나라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스런 상황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각각 OECD 국가 평균 대비 131%, 134%로 높았지만, 대학생은 66%에 불과했다. 이것은 2018년 통계로, 금년 통계가 보고되면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학교급별 1인당 교육비는 초등학생 1만2535달러, 중학생 1만3775달러, 고등학생 1만6024달러, 대학생 1만1290달러였다. 대학생 교육비는 초등학생의 90%, 중학생의 82%, 고등학생의 70%에 그쳤다. 전통적으로 교육비용은 초등, 중등, 대학 순으로 많이 들고, 교육수준을 고려하면 그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생 교육비 수준이 중·고등학생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보다도 낮다. 초등학생보다 대학생 교육비가 적은 나라는 콜롬비아와 그리스뿐이고, OECD 평균 대학생 교육비는 초등학생의 179%이나 우리는 90%다. 대학은 더 이상 ‘대학(大學)’이 아니다. 앞으로는 대학을 ‘소학(小學)’으로 불러야 할 판이다. 법령상 대학의 교지, 교사, 교원 등 확보기준은 초·중등학교보다 훨씬 높다. 교육비가 적게 든다는 것은 설립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초등학교보다 못한 대학, 이것이 오늘날 우리 대학의 현주소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초·중등학교 재정은 내국세 수입의 일정률로 확보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해 안정적으로 조달되는 반면, 대학재정은 13년째 등록금 동결로 빈사 상태에 빠진 데다 정부 지원도 매년 예산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자는 반값등록금정책이 결과적으로 반값교육정책이 되고 말았다.

졸업이수학점, 개설 강좌, 비교과 프로그램, 시설투자비, 연구비, 도서구입비, 실험실습비, 관리운영비 등등 온통 줄어든 것뿐이다. 설상가상으로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구조개혁의 결과로 입학정원이 줄고, 신입생 충원율도 낮아졌다. 교직원 보수 또한 삭감 또는 동결된 지 오래다. 교육부가 줄이지 못하게 막는 교비장학금만 줄지 않았다.


1972년 8·3조치에 따라 지방교육재정 법정교부율의 효력을 정지시켜 10년 동안 초·중등교육재정을 삭감한 결과, 과밀학급과 2부제수업이 급격히 늘고 교사 이직률이 급등했다. 1982년부터 교육세를 신설해 교육여건과 교원처우 개선에 나섰으나, 이를 회복하는 데 20년 이상 걸렸다. 등록금 동결과 정부의 외면으로 추락한 대학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려면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을 포함한 각고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미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기에도 버거운 상황이 되었지만, 대학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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