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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재택근무와 도시의 변화

수정 2021.06.11 13:00입력 2021.06.11 13:00

코로나19 여파로 원격근무 확산, 도시공간·주거형태 변화 움직임
美·英 교회지역 선호도 증가…무디스, 美 주요 도시 공실률 20%대 유지 전망
재택근무 익숙해진 노동자들 매일 출근 필요한가 의문 제기…경영진 숙제로

[최준영의 도시순례]재택근무와 도시의 변화


사람과 사회는 예상치 못한 충격과 변화에도 결국 적응한다. 코로나19에 따른 충격이 1년 넘게 지속하면서 많은 게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의 확산이다. 밀도가 높아지면 확산하는 코로나19의 특성으로 사무공간은 위험한 곳이 됐다. 의무적이고 필수적이라 생각했던 매일 출퇴근이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을 품는 사람도 많아졌다.


2021년 초부터 시작된 백신 접종이 우여곡절 끝에 선진국 중심으로 본격 진행되면서 많은 나라가 정상 회귀를 준비 중이다. 장기간 지속하던 재택근무 대신 사무실로 복귀를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사무직 노동자들은 복귀 지시를 거부하고 업무공간에 대한 선택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체계적·장기적인 분석은 아직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과거와 달리 주 5일의 무조건적인 출근이 당연시되기는 힘들 듯하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지난해 중반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도시공간 및 주거형태의 변화를 예측했다.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대형 주거공간 선호도 증가, 대형 오피스 기피에 따른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의 경우 기존에 선호되던 도심이 아닌 교외지역 선호도가 증가했다. 도심의 오피스 건물은 수요 감소에 따른 공실율 증가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미국 뉴욕의 오피스 건물 공실률은 17.1%를 기록했다. 전월의 16.5%, 전년 동월의 10.3%보다 높아진 것이다. 이는 일각의 기대와 달리 과거로 복귀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은 내년까지 20%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공실률이 5% 증가할 경우 건물 평가가치는 5년 사이 1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스 건물의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향후 주 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나면 오피스 건물 가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근무형태 변화, 오피스 건물 등 도시공간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피스 빌딩의 고층화와 사무직 노동자의 확대는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미국의 경우 1880년까지 사무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인구의 5%인 18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철근콘크리트와 철골, 엘리베이터의 등장으로 한 공간에 많은 사람을 집중시킬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건축기술의 혁명적 발전과 타자기·전화기로 대표되는 사무기기의 출현은 기업과 사무직 노동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1910년 미국의 사무직 노동자는 440만명으로 늘었다.


사무직 노동자와 기업 규모의 확대는 오피스 건물의 수요 확대로, 고층 빌딩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많은 노동자가 일정한 시각에 맞춰 매일 공장과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모습은 자본주의·사회주의 너머 산업화·도시화를 드러내는 공통의 상징이 됐다.


1980년대 컴퓨터와 정보통신망의 발전이 본격화하면서 앨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들은 재택근무가 늘어 사무실 공간이 필요 없어질 것이며 기존 오피스 건물은 주거공간이나 창고 등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1990년 중반 이후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은 이런 전망에 힘을 더 실어줬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정보통신망의 발달에 따라 세계 전역을 대상으로 한 24시간 운용체제가 가능해지면서 몇몇 대도시로 더 많은 기업과 인력이 집중됐다. 사무직 노동자의 업무가 고정되고 반복적인 업무 대신 새롭고 가변적인 특성이 강해지면서 대면 접촉을 통한 긴밀한 커뮤니케이션과 아이디어의 공유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도시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학 교수의 ‘도시의 승리’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밝혀주면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이런 추세는 모두가 경험한 것처럼 지난해 큰 충격을 맞이했다. 불가피하게 장기적으로 진행된 재택근무 경험은 각종 메신저와 줌으로 대표되는 원격 화상회의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적어도 특정 부문 종사자들에게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근무가 가능할 수 있음을 알려줬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에 따른 비용과 시간 낭비 없이 업무가 진행될 수 있다면 굳이 사무실에 다시 모여 일해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이제 경영진에 큰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몰고온 물리적 피해는 시간이 지나면 복구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충격받은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사회시스템은 변한다. 과거와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는 게 역사의 경험이다.


코로나19는 평소 시도할 수 없었던 많은 실험을 사회적으로 수행하게 만들었다. 100년 전 고층 빌딩과 사무기기의 발달이 도시를 바꿔놓은 것처럼….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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