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합 상징성, 권위 약화
법왜곡죄, 위헌제청 가능성
재판소원죄 4심제 우려
사법개혁 3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법조계가 패닉 상태다. 특히 3일 퇴임하는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제청이 한 달 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사퇴하는 등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법개혁 3법이 통과된 여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으로는 대법관 정원이 26명으로 늘어났더라도 증원된 인원을 즉각 제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정원을 채우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3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대법관 제청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계속 협의하는 상황"이라며 "갑작스러운 개혁과 변혁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혹시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국민들께서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국회는 앞서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과 재판소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연이어 처리했다.
이에 따라 1987년 개헌 이후 39년간 이어져온 '14인 대법관' 체제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법원 내부에서는 특히 대법관 증원에 따른 전원합의체 운영 방식을 두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14명 체제에서도 전원합의체는 일정 조율이 쉽지 않은데, 26명이 한꺼번에 심리·합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민사·형사 등 사건 유형별로 나눠 '분리 전합'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제는 이 경우 전원합의체의 상징성과 권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의 최종적 법 해석을 통일하고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사실상 '대규모 합의부'로 쪼개 운영될 경우, 판례 통일 기능이 분산되고 전합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증원이 곧 심리 효율성으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제에 대한 위헌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법왜곡죄는 판사·검사 등이 법을 고의로 왜곡해 적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재판 내용에 대한 사후적 형사 평가를 허용할 경우 법관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사건이 제기될 경우 하급심 단계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재판소원제 역시 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제도라는 점에서 사실상 '4심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3일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문제"라며 공개 반대 입장을 밝혔고,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숙의 없는 제도 개편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국회는 입법을 강행됐다. 오는 12~13일 열리는 전국법원장회의 정기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3법 시행에 따른 후속 대응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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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법관 후보추천위는 지난 1월21일 김민기(사법연수원 26기) 수원고법 판사, 박순영(25기) 서울고법 판사, 손봉기(22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윤성식(2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4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그후 40일이 지난 지금까지 조 대법원장의 임명 제청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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