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주주들, 전직 경영진 상대 주주대표소송
1·2심 "책임 없다"
대법 "SEC 과징금 낸 것도 경영진 책임"
회삿돈으로 이른바 '상품권 깡'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건과 관련해, 황창규·구현모 전 대표 등 KT 전직 경영진이 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주심 이흥구 대법관)은 KT 소수주주 35명이 이석채·황창규 전 대표 등 전직 임원 1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주주대표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중 '부외자금(비자금) 조성 및 정치자금 송금' 관련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소수주주들은 2019년 3월 경영진의 임무 해태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책임을 묻는 소송을 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경영진의 실책은 ▲무궁화위성 3호 헐값 매각 ▲미르재단 11억 원 불법 출연 ▲아현국사 화재 및 통신시설 등급 변경 ▲대외협력(CR) 부문의 비자금 조성 및 쪼개기 후원 등 크게 4가지였다.
이 중 핵심으로 떠오른 '비자금 조성' 사안은 KT 대외 담당 임원들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상품권을 구매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총 11억 5000만원의 비자금을 만들고, 이 중 4억 3000만원을 국회의원 111명의 후원 계좌로 불법 송금한 사건이다. 구 전 대표 역시 이 과정에 개입해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문제 삼아 KT에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이유로 추징금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1·2심은 경영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무궁화위성 매각, 미르재단 출연, 아현국사 화재에 대해서는 법령 위반이나 임무 해태가 없다고 봤다. 쟁점이 된 비자금 의혹에 대해서도 황 전 대표의 감시 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고, 구 전 대표에 대해서는 "송금된 돈이 반환되어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가 전보(회복)됐다"며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비자금 조성 부분에 대한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비자금 조성 자체가 KT와의 위임계약에 따른 임무 해태에 해당한다"며 "황 전 대표는 대표이사로서 비자금이 조성된 날부터, 구 전 대표는 이사로 선임된 시점부터 감시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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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구 전 대표의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직접 송금한 돈이 반환됐다고 해서 손해가 없는 것이 아니며, 의무를 위반한 기간 조성된 '비자금 전체'를 손해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나아가 "경영진의 감시 의무 해태와 KT가 SEC에 납부한 과징금 및 추징금 등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도 부정할 수 없다"며 이들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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