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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포스코와 항만 당국, ‘태풍’ 뒤에 숨긴 기록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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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가을, 포항신항의 노후화와 체선율 문제를 다루던 기자의 현장 취재는 무거운 진실과 마주했다.


국가 기간시설인 항만이 제 기능을 못 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배경에는 운영사인 민간 기업과 관리 당국의 유기적인 책임 실종이 얽혀 있었다.


당시 이 사실은 포항지방해양항만청(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국토해양부에 보고한 '항만 검토서'를 단독 입수한 필자를 통해 낱낱이 밝혀진 바 있다.


해당 검토서에 따르면 포항신항의 체선율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19.9%에 달했다.


특히 1부두 11선석은 설계상 15만t급 선박 접안이 가능해야 함에도 낮은 수심 탓에 20년 넘게 정상 가동되지 못했다.


이로 인한 물류비 손실은 고스란히 국가적 피해로 돌아왔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준설 공사였다.


선박 대형화에 발맞춘 근본적인 개선 대신, 특정 선석 아래를 반복해서 파내고 또 파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작업이 이어졌다.


겉으로는 포스코가 공사비를 부담하는 모양새였지만, 실제로는 비관리청 항만공사 제도를 통해 향후 항만 사용료를 감면받는 구조였다.


이는 결국 국민의 혈세로 투자비를 보전받는 순환 구조였으며, 국가 자산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항만 관리 부실의 결정적 지표였다.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2026년, 국회 요구에 따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제출한 답변서는 더욱 참담하다.


2008년의 보도 이후 최근 다시 확인한 국회 요구자료에 따르면, 포스코가 시행한 주요 공사의 실시계획승인신청서와 준공내역서가 줄줄이 '부존재' 처리된 것이다.


2022년 태풍 '힌남노'로 인해 관련 자료가 소실돼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관리 감독 주체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태도다.


국가 기간시설의 승인권자인 당국마저 기업과 동일하게 '서류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 항만 관리의 핵심 기록이 기업의 창고에서 사라진 것도 모자라, 이를 엄중히 보관했어야 할 행정 기관조차 기록 관리의 공백을 자인하며 발을 빼는 상황이다.


비관리청 항만공사는 민간 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결국 공공의 자산인 항만 사용료와 연동되는 공적 사업이다.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공사의 근거 서류가 자연재해 한 번에 씻겨 내려갔다는 주장은 국가 기록 관리 체계의 심각한 결함을 의미한다.


제3부두 개축공사부터 수역시설 준설공사 기록까지, 포항신항의 역사를 증명할 굵직한 기록들이 모두 자취를 감췄다.


과거 1~5부두 보수·보강에 투입된 227억 원과 노후 크레인 방치 문제 등은 당국의 엄정한 관리가 필요했던 사안들이다.


최근까지도 제1부두 내진보강에 111억 원, 동빈물양장 보강에 406억 원이라는 거액이 집행됐다.


과거의 핵심 공사 서류가 '부존재'한다는 궁색한 변명은 현재 집행 중인 막대한 예산의 투명성마저 의심케 하며, 이제는 '부재하는 기록'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당국의 엄중한 소명이 뒤따라야만 한다.


기자는 당시 항만 당국의 한 관계자가 현장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어렵게 건넸던 내부 자료의 무게를 기억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용기를 냈던 그 고발의 목소리는 비록 당시의 복잡한 언론 환경 속에서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을지언정, 그가 지키고자 했던 '진실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태풍은 많은 것을 휩쓸고 가지만, 진실의 기록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


국가 항만 기록이 한 기업의 창고에서 사라지게 방치한 당국의 관리 태만, 그리고 '소실'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과거의 행적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기업의 태도는 이제 사법 당국의 엄중한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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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이 없다는 것은, 책임져야 할 과거가 지워졌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자수첩]포스코와 항만 당국, ‘태풍’ 뒤에 숨긴 기록의 실종 최대억 대구경북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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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취재본부 최대억 기자 c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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