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공개 문서에 이름 250회 언급
호킹 가족 측 "터무니없는 의혹" 반박
과학계·재계 인사들 잇단 연관설
"교류와 범죄는 별개" 신중론도 나와
미국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문서가 공개되면서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사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범죄 연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유족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데일리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가 공개한 수백만 건의 '엡스타인 파일'에 호킹 박사의 이름이 약 250차례 언급됐다.
문서에는 2006년 3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토머스에서 열린 과학 심포지엄 당시 촬영된 사진도 포함됐다. 사진에는 호킹 박사가 휠체어에 앉아 음료를 들고 있고, 양옆에는 검은색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일부에서는 해당 사진이 엡스타인의 개인 섬에서 촬영됐을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영국 매체들은 당시 심포지엄이 열린 리츠칼튼 호텔 행사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모델 아닌 의료 지원 인력" 가족 측 반박
논란이 확산하자 호킹 박사 가족은 사진 속 여성들이 접대 인물이 아닌 장기 간병인이라고 해명했다. 호킹은 50년 넘게 루게릭병(ALS)을 앓아 24시간 의료 지원이 필요했던 만큼, 행사 참석 시에도 의료진이 동행했다는 설명이다. 가족 측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는 어떤 암시도 사실이 아니며 극도로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수사당국 역시 호킹을 기소하거나 범죄 혐의로 조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201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필립 피블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발표 도중 젊은 여성들이 갑자기 등장해 이례적이라고 느꼈다"고 증언했다. 이후 그는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 착취 사실이 드러난 뒤 당시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체포된 뒤 수감 중 사망했다. 엡스타인 사후 공개된 문서에는 피해자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지우프레가 제기한 주장과 이를 반박하려는 엡스타인의 이메일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이는 일방적 주장으로 호킹의 범죄 연루가 확인된 바는 없다.
'엡스타인 게이트' 확산…빌 게이츠도 해명
엡스타인과 교류했던 각계 인사들에 대한 재조명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과거 엡스타인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게이츠는 2011년부터 여러 차례 엡스타인을 만났으며, 자선 프로젝트 논의를 위해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엡스타인과 만난 것은 실수였다"며 "판단 착오였다"고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나아가 게이츠는 이날 게이츠 재단 직원들에게 과거 러시아 여성 2명과 외도가 있었으나 이들이 엡스타인 사건의 피해자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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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는 과거 엡스타인과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게이츠는 2011년부터 수차례 엡스타인을 만났으며, 자선 프로젝트 논의를 위해 접촉했다고 해명했다. AP연합뉴스
이 밖에도 영국 왕실의 앤드루 왕자가 엡스타인과의 친분 및 성 추문 의혹으로 공직에서 물러나는 등, 이른바 '엡스타인 게이트'는 정치·재계·학계를 아우르는 파장을 낳고 있다. 다만 일각서는 문서에 이름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범죄 연루를 단정할 수 없다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한편, 엡스타인은 생전 세계 각국의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학술 행사와 자선 모임을 후원하며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서 호킹 박사가 미성년자 성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엡스타인 관련 추가 문서 공개 가능성이 남아 있어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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