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상 '이상 無', 입금은 '가족 통장'…3년간 대담한 범행
"능숙해서 믿고 맡겼다"는 완도군, 관리 시스템은 무용지물
전남 완도군청 소속 공무직 직원이 수년간 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 교사 급여 등 1억 원대의 국가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직원은 한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행정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교묘하게 악용한 것으로 드러나 지자체의 허술한 관리·감독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남 완도경찰서는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완도군청 소속 50대 공무직 직원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드림스타트 등 아동복지 급여 관리 업무를 담당하며, 총 1억8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횡령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주된 범행 수법은 '유령 교사' 만들기였다. 아동복지 교사들의 근무 시간이 유동적이고, 개인 사정으로 퇴사한 후 신규 모집을 하는 사이 발생하는 업무 공백기를 노렸다.
A씨는 계약이 끝난 교사가 계속 근무하는 것처럼 근로 내역을 허위로 꾸민 뒤, 지급된 급여 9,300만 원가량을 자신의 가족 명의 계좌로 빼돌렸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신의 수당 1,500만 원 상당을 부당하게 중복해서 수령한 정황도 확인됐다.
수년간 이어진 A씨의 대담한 범행은 완도군의 정기 감사나 결산 과정에서도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A씨가 해당 업무를 5년 이상 전담하면서 실무에 능수능란했고, 내부적으로 '믿고 맡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감시망이 느슨해진 탓이다.
완벽해 보이던 범행은 지난해 말 A씨가 다른 부서로 전보되면서 덜미를 잡혔다. 공문상으로는 정상적인 지출로 처리되어 있었으나, 후임 담당자가 급여 지급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제 입금된 통장의 명의가 A씨의 가족임을 발견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비위 사실을 파악한 완도군은 즉각 A씨를 해임 처분하고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완도군 관계자는 "해당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횡령액 1억800만원 전액에 대해 환수 통보를 마쳤다. 관련 법령에 따라 가압류 등 채권 확보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며 "특정 담당자가 같은 업무를 오래 맡으면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해 완도군청 전체 실과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발장 접수 직후 초동 수사에 착수해 A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횡령금의 구체적 사용처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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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추가적인 횡령 여부 등 여죄를 명백히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이준경 기자 lejkg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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