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경남 산청 대형 산불 진화 중 사상자 9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경남도청 공무원 3명이 검찰에 송치되자 공무원 노동조합이 이를 규탄하며 재난 대응책임 구조 개선과 사건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23일 창원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 대응 과정에 대한 객관적 진상 규명은 꼭 필요하지만,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 처벌로 귀결되는 사회에선 적극적 행정이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동근 한국노총 공무원노조연맹 위원장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공무원들은 제한된 인력과 장비, 긴박한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며 "구조적 한계와 제도적 문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오로지 일선 공무원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는 경찰 수사 결과에 깊은 유감을 넘어 강한 분노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난 대응은 개인 과실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문제"라며 "위험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는 공무원이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재난 대응 체계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진희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공무원은 국민의 생명과 재난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잘못이 있다면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재난 대응 판단 과정과 구조가 배제된 책임 추궁은 정의가 아니라 결과 처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국민을 지키려 했던 공무원이 처벌이 대상이 된다면 앞으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극적인 대응으로 국민의 안전을 향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해 3월 21일 오후 3시 20분께 산청군 시천면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하동군과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졌다.
불은 발생 10일 만인 30일 오후 1시께 진화됐으나 축구장 2602개에 달하는 산림 1858㏊가량이 불탔고 주택 28채, 공장 2곳, 종교시설 2곳, 문화재 등 시설 84곳이 잿더미가 됐다.
이 과정에서 산불 발생 이틀째인 3월 22일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3명과 인솔 공무원 1명 등 4명이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불길에 고립돼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와 관련해 수사한 경남경찰청은 지난 11일 당시 안전관리 책임자였던 경남도청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 지상진화반 소속 감독과 반장, 실무자 등 공무원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3월 산청군 시천면 산불 당시 현장 기상정보와 산불 확산정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아무런 안전교육이나 장비 점검 없이 피해자들의 투입을 강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 3명이 본부 운영매뉴얼 등에 따라 진화대원 위험지역 배치 금지, 원활한 통신망 구축 및 운영, 안전교육 실시 및 안전 장구 구비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도 산불과 기상 상황, 진입로를 포함한 진입 여건 등 위험 요소의 파악이 미흡한 상태에서 진화대원을 위험한 곳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지휘본부와 진화대원 간 통신체계를 원활하게 구축, 유지하지 못해 위험 요소 전파가 이뤄지지 않았고, 진화대원 배치 전 위험 요소 및 안전 수칙 교육과 진화대원 장비 및 안전 장구에 대한 점검도 부족했다고도 판단했다.
이날 공무원 노조는 당시 현장 투입 여부는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의 상황판단회의로 결정된 점, 인솔자 및 진화대 조장을 대상으로 상황 설명과 안전교육이 진행된 점, 현장 지리에 익숙한 산청군청 및 산청군산림조합 직원이 현장 안내를 수행한 점, 비상연락망 또는 단체대화방으로 정보를 공유한 점, 인솔 공무원을 통해 광역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안전교육, 장비 점검, 진화 전략 및 통합지휘본부 현장 설명 내용 전달 등이 이뤄진 점 등을 들며 경찰 수사 결과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조는 "재난은 국가가 대응하지만 사고가 발생하면 조직의 판단은 사라지고 개인의 판단만 남는다"며 "재난은 국가가 대응하고 책임은 현장 공무원이 지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재난 현장은 매뉴얼만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며 "결과 책임 중심 수사는 재난 대응을 위축시킨다"고 했다.
이어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이 반복된다면 현장 공무원은 가장 안전한 선택인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을 택하게 될 것"이라며 "그 순간 사라지는 건 공무원의 적극행정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골든타임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난 대응의 집단 의사결정 구조 반영한 수사 실시 ▲과정 중심 책임 원칙 확립 ▲재난 현장 공무원 보호법 제정 ▲공직자 책임 및 권한 균형 확보 제도 마련 ▲공무 수행 중 형사책임 적용 기준 명확화를 요구했다.
노조는 이 사건과 관련해 경남도청과 도내 18개 시·군, 산림청과 경남소방본부 공무원 1만2343명이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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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에는 한국노총 공무원연맹, 서울 구로구청 공무원노조, 서울시교육청노조, 대구공무원노조, 울산시공무원노조, 경기 가평군공무원노조, 구리시청공무원노조, 동두천시공무원노조, 경기교육청통합공무원노조, 인제군청공무원노조, 충북도공무원노조, 전북도공무원노조, 전남도청공무원노조, 목포시공무원노조, 안동시공무원노조, 경남도청공무원노조, 창원시공무원노조, 경남교육청지방공무원노조 등의 관계자가 동참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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