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자산, 발행잔액 100%+α 안전자산 의무화 추진
만기 구조 제약 필요성…유동성 관리 강화 요구
온체인 발행량·오프체인 준비자산 연동 '상시 검증' 체계 수반돼야
빗썸 오지급 계기 장부·지갑 이중 분리 명문화 필요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이달 발의할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무게중심을 형식적 요건을 넘어 구조적 안전성에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급·결제 기능까지 수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 가상자산이 아닌 금융 인프라의 일환으로 본다면,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감독 체계 설계가 입법의 핵심 요건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준비자산 관리와 내부통제 장치를 동시에 정교화하지 않으면 제도적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
발행잔액 100% 이상 안전자산 의무…핵심은 유동성과 상시 검증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잔액의 '100%+α'를 안전자산으로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외부 기관에 분리 예치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자산을 예금이나 국고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보유하게 해 위기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00% 보유'라는 형식적 기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위기 시 대규모 상환 요구, 이른바 '코인런'이 발생하면 단순 적립 여부가 아니라 자산의 실재성과 즉시 현금화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확인·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제기준도 같은 방향을 제시한다.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는 2023년 권고안에서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의 활동과 고객 자산 보호 체계를 지속적으로 감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접근과 적절한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발행사의 자율 공시나 자체 보고에만 의존해서는 신뢰 유지에 한계가 있으며, 준비자산의 존재와 적정성을 시장과 감독당국이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준비자산의 안전성과 유동성을 법률 차원에서 명확히 담보하고 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법'은 발행사가 준비자산을 1대1로 보유하도록 하되 그 자산을 미국 통화, 부보예금, 특정 단기 미 국채 및 국채 담보 환매조건부채권(레포)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100% 적립 의무를 넘어, 위기 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 구조를 제도적으로 설계한 것이다.
준비자산의 만기 구조에 대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은 준비자산 가운데 국채에 대해 명확한 만기 제한을 두고 있다"며 "준비자산을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만기 90일 미만의 초단기물 위주로 운용하도록 규율해 안정성과 유동성을 구조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무적으로는 상환 체계와 실시간 검증 시스템이 신뢰의 핵심으로 꼽힌다. 블록체인(온체인)상 발행량과 오프체인(장부) 준비자산을 연동해 '실시간 준비자산 증명(Proof of Reserves, PoR)'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온체인 발행량과 오프체인 준비자산을 정기적으로 대조해 불일치를 조기에 식별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미국의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준비자산 관리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서클은 준비자산 중 상당분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위탁하고 있다. 블랙록은 단기 미 국채와 초단기 레포 중심의 서클 전용 펀드를 운용하며, 자산 구성과 만기 구조를 공개하고 매일 순자산가치(NAV)를 산정해 자산 규모를 알린다. 준비자산을 전통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 운용·공시해 시장 참여자들이 교차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장보성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전체 발행량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그 이상 규모의 준비자산이 상시 유지되는지를 시장 정보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단순 적립 비율이 아니라 검증 가능성이 신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빗썸 오지급 사태가 던진 과제…장부+지갑 이중 분리 의무화
준비자산 규율이 외부 건전성 문제라면, 내부통제는 구조적 안정성을 좌우하는 또 다른 축이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내부통제의 취약성을 드러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사고는 이용자에 대한 비트코인 지급 과정에서의 입력 오류로 물량이 과다 지급되며 발생했다. 내부통제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장부상 잔고와 온체인 지갑 보유 물량 간 정합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를 계기로 현행 규정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7조는 사업자 자산과 이용자 자산의 분리 보관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장부상 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블록체인상 지갑 주소의 물리적 분리까지 명문화돼 있지 않아 거래소가 자율 가이드라인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장부상 분리+지갑상 분리'라는 이중 안전장치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블록체인상 회사 자산용 지갑과 고객 자산용 지갑을 의무적으로 분리 관리할 경우, 자기자금과 고객자금의 온체인 혼용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연합(EU)의 가상자산 규제 법안(MiCA)은 고객 자산이 사업자 자산 및 다른 고객 자산과 구별·식별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파산 시 다른 채권자의 청구로부터 보호되도록 하는 등 분리 보관 의무를 법률에 명문화하고 있다. 지갑 주소 분리를 직접 규정하는 건 아니지만, 고객 자산 법적 귀속을 분명히 하고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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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는 만큼, 고객 자산이 구조적으로 침해될 수 없도록 설계하는 것이 2단계 입법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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