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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 동물을 대신할 오가노이드,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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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된 개념 중 하나다.

2025년 4월 FDA는 전임상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실험 의존도를 낮추고 AI 기반 계산 모델, 세포 기반 시험, 오가노이드 독성 시험 등을 단계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동물실험 중심의 기존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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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비용 커질수록 '사람 몸과 더 비슷한 실험'은 선택 아닌 의무

오가노이드(Organoid)는 지난 10여 년 동안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된 개념 중 하나다. 사람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일부 재현한다는 발상은 신약 개발의 오래된 전제를 흔들어 놓았다.


지금 오가노이드 산업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새로운 기술인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기술이 한 번 성공하느냐가 아닌, 매번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과학을읽다] 동물을 대신할 오가노이드, 준비됐나 바이오 인공장기를 이용한 수술 장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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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이미 가능해졌다, 이제는 '쓸 수 있느냐'의 문제

신약 개발의 숫자는 냉정하다. 후보물질이 임상에 들어간다고 해서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10년(2014~2023년) 글로벌 신약 개발 데이터베이스인 시텔라인(Citeline) 분석에 따르면, 임상 1상에서 출발한 후보 가운데 최종 허가까지 도달한 비율은 평균 6.7%에 그쳤다. 성공한 극소수를 제외한 93.3%의 물질은 임상에서 탈락했다는 뜻이다.


상위 18개 글로벌 제약사의 2006~2022년 임상·승인 데이터를 다시 계산한 2025년 연구에서도 최종 허가 비율은 평균 14.3%에 머물렀다. 85.7%는 실패였다. 수치가 달라도 결론은 같다. 신약 개발은 구조적으로 실패가 많다.

[과학을읽다] 동물을 대신할 오가노이드, 준비됐나

문제는 이 실패가 임상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패가 반복될수록 기업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Clinical trial)에 들어가기 이전 단계인 '전임상(前臨床·Preclinical)'에서 더 많은 확인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이 동물실험이다. 실험이 늘면 동물 사용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서 동물실험 논쟁은 윤리의 문제로 먼저 부각된다. "왜 이렇게 많은 동물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연구계와 산업은 사회적 설명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시간과 비용 부담도 커진다. 결국 현장은 사람 몸과 더 비슷한 실험 모델을 찾아야 하는 현실과 맞닥뜨리게 됐다.


실패가 많아질수록, 실험은 더 사람을 닮아야 한다

이 지점에서 오가노이드가 등장한다. 오가노이드는 흔히 '미니 장기'로 불리지만, 실제로는 사람 세포로 장기의 일부 기능을 재현해 약물 반응을 살펴보는 시험용 생물 모델에 가깝다. 동물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 사람에게서 나타날 반응을 더 미리 읽어보려는 시도다.


국내 오가노이드 산업화의 선구자로 꼽히는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과거에는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보완하는 선택지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동물실험 중심의 신약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핵심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202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현대화법(MA) 3.0 이후 판단 기준이 달라졌다고 본다. 유 대표는 "예전에는 동물실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제출했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표준화된 인간 유래 데이터를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느냐가 신약 심사에서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현성과 통계적 신뢰성을 충족하는 실험 방식인지,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협업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을읽다] 동물을 대신할 오가노이드, 준비됐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픽사베이 제공

실패가 반복될수록, 실험 방식도 바뀐다

오가노이드 개념을 정립한 한스 클레버스 네덜란드 후브레흐트연구소 교수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밝힌 바 있다. 그는 2023년 네이처 계열 학술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오가노이드가 가능한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약 개발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할 만큼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동물실험의 역사적 역할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안전성 평가와 독성 시험에서 동물 모델은 오랫동안 규제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이 복잡해지면서, 동물이 인간 반응을 충분히 대신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커졌다. 종(種)간 차이는 약물 대사와 면역 반응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때문에 산업은 두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더 많은 동물실험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을 줄이는 대신 사람 반응을 더 잘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법을 찾는 것이다. 후자가 미국 FDA 현대화법 체계에서 제도적으로 인정한 '동물 외 대체 시험법(NAMs)'이다.


2025년 4월 FDA는 전임상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실험 의존도를 낮추고 AI 기반 계산 모델, 세포 기반 시험, 오가노이드 독성 시험 등을 단계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로드맵을 공개했다. 동물실험 중심의 기존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신호다.


동물은 얼마나 쓰이고 있는가: 보이는 숫자와 보이지 않는 숫자

동물실험 논쟁은 숫자에서 더 분명해진다. 유럽집행위원회(EC)가 발표한 'EU 동물실험 통계 2022'에 따르면, EU 27개국과 노르웨이에서 연구·시험·교육 등 과학적 목적으로 사용된 동물은 923만7542마리다. 분류 방식에 따라 약 930만 마리 수준으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연간 천만 마리에 가까운 규모라는 점은 분명하다.

[과학을읽다] 동물을 대신할 오가노이드, 준비됐나

미국은 동물 사용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식 통계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미국 농무부(USDA) 산하 동물식물검역국(APHIS)이 공개한 '2023회계연도 연구시설 동물 사용 연례 보고서 요약'에 따르면, 동물복지법(AWA) 적용 대상 연구시설에서 2023년 보고된 사용 동물은 약 160만 마리다. 그러나 이 통계는 실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쥐·쥐 등 설치류는 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수의학계의 표준 참고서로 활용되는 '머크 수의학 매뉴얼(Merck Veterinary Manual)' 등 관련 학술자료를 종합하면, 미국 내 설치류 사용 규모는 연간 2500만~3000만 마리로 추정된다. 공식 통계는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숫자가 알려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사람에게 쓰기 전 단계의 실험이 많아질수록, 동물 사용도 늘어난다. 이 흐름 속에서 오가노이드는 윤리적 대안인 동시에, 산업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대안인 것이다.


오가노이드를 '기술'에서 '현장'으로 옮기는 과제

그렇다고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곧바로 대체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전신 반응이나 장기 간 복잡한 상호작용까지 모두 재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오가노이드는 기존 실험을 보완하며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에 가깝다.

[과학을읽다] 동물을 대신할 오가노이드, 준비됐나

남은 과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장에서 계속 써도 문제가 없게 만드는 일이다. 오가노이드 분화·제작 기술을 연구해 온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국가아젠다연구소 소장은 산업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로 "같은 결과를 안정적으로 만들어내는 문제"를 꼽는다.


손 소장은 "연구실에서는 잘 되는 조건을 찾지만, 산업에서는 항상 같은 품질이 나와야 한다"며 "출발 세포 상태나 배양 조건, 같은 배지라도 제조 시점이 다른 배치마다 성분 미세 차이가 생기는 '배지 로트 차이' 같은 작은 변수가 결과를 크게 흔들기 때문에 공정과 품질 기준을 명확히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재현성·표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오가노이드가 연구 도구를 넘어 실제 신약 개발 현장에서 활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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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오가노이드 기술이 준비됐느냐가 아니라, 이 기술을 제대로 쓰기 위한 환경이 갖춰졌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열쇠인 것이다. 이제 연구실을 넘어, 산업 현장과 제도가 함께 답해야 할 문제가 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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