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ISS, 저전력 LED 기반 '전자 코' 가스 센서 개발
유해가스를 감지하기 위해 고온을 유지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빛만으로 가스 종류를 구별하는 차세대 센서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전력 소모는 줄이고 활용 범위는 넓힌 기술로, 산업 현장과 일상 공간의 가스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저렴하고 안전한 가시광 LED 빛을 이용해 여러 종류의 유해가스를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는 가스 센서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기술은 고온에서 작동하는 기존 가스 센서와 달리 실온에서도 작동해 전력 소모가 적고, 센서 수명과 범용성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는다.
KRISS가 개발한 LED 기반 다종 식별 가스 센서 모식도. 금속산화물과 황화물(In₂O₃·In₂S₃) 기반 Type-I 이종접합 구조를 적용해 파란색 LED 흡수 효율과 표면 반응성을 크게 높였다. 여기에 팔라듐·백금·금 등 귀금속 촉매를 조합해 이산화질소, 암모니아, 수소, 에탄올을 선택적으로 구별하는 센서 배열을 구현했다. KRISS 제공
현재 산업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스 센서는 가스 분자와의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 200~400℃의 고온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 히터를 상시 가동해야 해 전력 소모가 크고, 반복적인 고열 노출로 센서 소재의 열화가 빠르다는 한계가 있었다.
히터를 대신해 빛을 사용하는 방식도 제안돼 왔지만, 자외선 기반 센서는 인체 노출 위험이 있고, 가시광 LED 기반 센서는 반응성이 낮아 감지 가능한 가스 종류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인듐옥사이드(In₂O₃) 위에 인듐설파이드(In₂S₃)를 얇게 코팅한 'Type-I 이종접합' 나노 구조를 설계했다. 이 구조는 빛을 받았을 때 생성되는 전하를 반응이 일어나는 표면으로 집중시키는 '에너지 우물' 역할을 해 별도의 열원 없이도 파란색 LED 빛만으로 가스 분자와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여기에 백금(Pt), 팔라듐(Pd), 금(Au) 등 서로 다른 귀금속 촉매를 적용한 센서를 배열해 여러 가스를 동시에 구별하는 '전자 코(E-nose)' 기능도 구현했다. 그 결과 수소, 암모니아, 에탄올 등 유해가스를 혼합 환경에서도 명확히 식별할 수 있었다.
KRISS가 개발한 Type-I 이종접합 구조체의 모식도. 파란색 LED 조사 시 Type-I 이종접합이 에너지 우물처럼 작용해 전하를 표면으로 모으면서, 고온 히터 없이도 상온에서 센서 표면 반응성을 크게 높였다. KRISS 제공
성능 시험에서는 검출 한계가 201ppt(Parts Per Trillion, 1조 분의 1) 수준으로, 기존 가시광 LED 센서 대비 감도가 약 56배 향상됐다. 습도 80%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했고, 300일 이상의 장기 평가에서도 초기 성능을 유지하는 등 내구성도 확인됐다.
이번 기술은 센서 하나로 여러 가스를 식별할 수 있어 공장·발전소 등 산업 현장의 센서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전력 소모가 적고 유지비 부담이 낮아 주거시설이나 공공장소의 실시간 공기 질 관리 시스템으로의 확장도 가능하다. 실온 동작 특성 덕분에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 탑재 등 생활 밀착형 안전 기술로의 활용 가능성도 크다.
이번 연구를 이끈 권기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첨단소재측정그룹 책임연구원은 "향후 촉매 조합을 최적화해 산업 현장별로 필요한 유해가스를 선택적으로 감지하는 지능형 센서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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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나노·센서 분야 국제학술지 Small에 지난해 12월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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