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 716만달러 '어닝 서프라이즈'
평론가 혹평에도 지지층 결집
로튼토마토 평점 5% vs 99%
평단은 '북한식 선전물'이라며 비웃었지만, 지지층은 지갑을 열어 화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멜라니아'가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비평가들의 혹평 속에서도 지지자들만 열광하는 기현상이다. 소통이 단절된 채 양극단으로 치닫는 미국 사회의 분열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블룸버그통신 등의 집계에 따르면, 영화 '멜라니아'는 지난 주말 북미 극장 1778곳에서 개봉해 티켓 수입 716만달러(약 104억원)를 기록했다. 애초 박스오피스프로 등 시장 분석 업체들이 제시한 예상치(100만~200만달러)를 최대 일곱 배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다큐멘터리 장르로서도 이례적인 성과로, 외부의 비판이 거셀수록 내부 결속을 다지는 '트럼프 팬덤'의 특성이 문화 소비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영화는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을 앞둔 20일간의 멜라니아 여사 행적을 조명한다. 아마존은 이 작품의 판권 확보에 4000만달러, 마케팅에 3500만달러를 쏟아붓는 등 천문학적 제작비를 투입했다. 역대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액이다. 미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를 두고 "아마존의 도박이 통했다"면서도 "이 영화의 성공은 작품성보다 확고한 정치적 팬덤과 '문화 전쟁(Culture War)'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흥행과 달리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들이 매기는 신선도 지수는 고작 5%에 불과하나, 관객 점수(팝콘 지수)는 99%에 달한다. 할리우드리포터 등 비평지들은 "찬양 일색의 북한식 프로파간다"라고 혹평했지만, 지지자들은 극장에서 손뼉 치며 트럼프의 3선을 염원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공화당 텃밭인 '레드 스테이트'와 비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영화의 흥행은 최근 정치적 난기류와 맞물려 더욱 기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이민 단속 요원의 시민 총격 살해 사건으로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반(反) 트럼프 정서가 확산하며 임기 2기 지지율이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영화의 흥행은, 지지층과 반대층 사이의 괴리가 봉합 불가능한 수준임을 시사한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영화 광고가 훼손되는 사건이 빈번해 당국이 광고 버스를 재배치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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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외적인 논란도 뜨겁다. 연출을 맡은 브렛 래트너 감독은 과거 '러시아워' 시리즈로 명성을 떨쳤으나, '미투(Me Too)' 운동 당시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사실상 할리우드에서 퇴출당했던 인물이다. 데드라인은 "성추문으로 추락했던 감독이 논란의 정치적 인물을 다룬 영화로 복귀했다는 사실 자체가 할리우드의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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