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상담서 ‘성폭행 기억 떠올리라’ 종용
특정 기억 성폭행 경험 연결해 확신 강화
교회 관계자들 무고죄로 고소
수사 결과 사실무근
대법 “무고죄·공동정범 법리 오해 없다”
세 자매가 친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허위 고소를 하도록 유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회 관계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한 교회의 장로, 집사, 권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이들 교회 관계자 3명은 2019년 자신들이 다니던 교회 신도인 세 자매를 상담하며 "친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것 같은데 기억을 떠올리라"고 종용했다. 이들은 세 자매가 특정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이를 성폭행 당시의 기억으로 연결 지었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믿게 된 세 자매는 친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으나, 수사 결과 해당 혐의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친부는 평소 자신들이 다니던 교회를 이단으로 비판해온 데 반감을 품고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의심했다.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들은 평소 젊은 신도들에게 '구원'을 강조하며 회개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이나 일상적인 성적 경험에 대한 고백을 이끌어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이러한 고백을 중대한 성폭행의 결과물인 것처럼 암시해 일부 신도들로 하여금 과거 성폭행 피해가 있었다고 오인하게 만들고, 이를 가족과의 단절로 이어지게 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무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장로와 권사에게 각 징역 4년, 집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세 자매의 성폭행 피해 주장이 허위이고 상담 과정에서 허위 기억이 형성된 점은 인정되지만, 피고인들이 공모해 고의로 이를 주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들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상담이 자매 중 한 명의 자발적인 고백으로 시작된 점 등을 볼 때 피고인들이 피해 사실을 실제로 믿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뜨는 뉴스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에 무고죄 성립과 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