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대학 기숙사 수용률 고작 18% 수준
교내는 경쟁 치열하고 공공은 접근성 한계
갈 곳 없어진 학생들, '고가' 월세 시장으로
중앙대 새내기 입학을 앞둔 김도현씨(18·대구 수성구)는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기숙사 탈락' 통지서를 받았다. 김씨는 "학교에서 1시간20분 정도 걸리는 공공기숙사나 지역학사는 대안이 되지 못했다"며 "기숙사보다 월 50만원 비싸고도 열악한 원룸을 구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서울 소재 대학에선 기숙사 주소지로 전입신고를 한 학생들이 다음 학기 기숙사 선발에서 탈락하는 일이 생겼다. 주소지가 '학교 인근'으로 분류돼서다. 학생들은 "오히려 법을 위반해 지방 본가에 주소를 유지한 학생이 가점을 받아 합격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학가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 기숙사를 찾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교내 기숙사는 경쟁률이 높아 '그림의 떡'인 데다, 그 보완책으로 꼽히는 공공기숙사마저 접근성과 모집 일정의 제약이 커 실질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22.2%로 집계됐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17.8%로 떨어진다. 학생 10명 중 2명도 수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주소지가 수도권 거주자로 묶인 학생들은 기숙사에 들어설 여지가 더욱 적다. 경기 시흥시에서 상경한 동국대 학생 이민지씨(22)는 "왕복 4~5시간을 통학해야 하는데도, 서울 거주자와 같은 감점을 받는다"며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월세를 80만원씩 내며 원룸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마련된 공공기숙사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교내 기숙사의 부족한 수용률을 메꾸려 정부·지자체·대학 등이 참여해 운영하는 공공기숙사는 월세가 30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문제는 모집 시기가 촉박하다는 점이다. 올해 주요 대학의 정시 합격자 등록기간은 오는 5일까지다. 홍제·동소문 행복기숙사와 독산동 기숙사형 청년주택은 이보다 앞선 2~4일 중 입사 신청을 마감한다. 어느 대학에 갈지보다 기숙사부터 신청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서울의 한 공공기숙사 관계자는 "3월 개강 전 입주를 마치려면 모집 마감일을 이보다 더 미루기는 어렵다"며 "시일이 촉박해도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학생 주거비 완화를 위해 행복기숙사 증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다. 기숙사를 더 짓겠다고 해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기 일쑤다. 서울 광진구에선 지난해 사업이 무산됐고 동소문 행복기숙사는 2015년 사업 승인 이후 공사 지연으로 개소까지 8년이 걸렸다.
기숙사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학생들은 월세 시장으로 내몰린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공개한 '12월 다방여지도'를 보면 서울 지역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4만원으로 나타났다. 대학생이 이를 감당하려면 올해 최저임금(시급 1만320원) 기준 주당 최소 14시간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 고시원 등으로 주거 수준을 낮추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주거난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 주요 주립대학의 경우 전체 학생의 3분의 1가량이 기숙사에 거주하지만, 국내 대학들은 기숙사를 확충할 부지와 재정 모두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주거난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임대업자들과의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더라도, 필요하다면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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