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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피크 코리아' 뛰어넘을 지속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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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서 감도는 상승의 기운
사회 전체로 확산토록 해야
포용복지가 대전환의 핵심

[정책의 맥]'피크 코리아' 뛰어넘을 지속성장 전략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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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에서 오랜만에 '상승의 기운'이 감지된다. 꿈처럼 여겨지던 코스피 5000에 도달했고, 과열 기미가 엿보이는 부동산 시장은 자산 효과로 소비심리를 떠받치는 듯하다. K컬처의 확산과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의 존재감도 세계 공급망 속에서 한국의 자리를 굳건하게 만든다. '성장의 정점에 도달했고 이제 장기침체로 들어갈 것'이라던 몇 해 전 '피크(Peak) 코리아' 주장이 무색해 보일 만큼, 적어도 겉으로는 긍정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이면은 여전히 무겁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며 출산율 1.0 미만의 흐름은 지속되고, 자살률과 사회적 고립도 쉽게 줄지 않는다. 산업화 과정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렸던 수도권 집중은 이제 집값·통근·교육비 부담을 키워 삶의 비용을 폭발시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고착되고, 자산·기회 격차는 세대를 넘어 굳어질 조짐을 보인다. 지금 한국은 장기침체로 기울 수도, 지속성장으로 재도약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일본과 영국의 거울 : 닮은 점과 다른 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선도국도 자산 버블 붕괴 이후 금융 부실과 디플레이션 심리에 갇혀 긴 정체를 겪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은 1970년대 저성장과 경쟁력 약화, 사회 갈등을 거치며 '상대적 쇠퇴'의 시간을 겪으면서 국가의 위상이 추락했다. 한국 역시 수도권과 핵심 산업으로 집중되는 구조, 자산가격이 경제심리를 좌우하는 현실, 저출산·고령화, 성장 성과의 확산 실패로 인한 불평등 확대라는 위험 신호를 공유한다.


하지만 차이점도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기술 전환 속도와 디지털 기반, 위기 대응 실행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영국과 비교해도 제조업 기반의 전략 산업이 아직 견고하고 정책 학습 속도도 빠르다. 문제는 이 장점이 삶의 기반과 결합하지 못할 경우, '속도는 빠르나 소진도 빠른 사회'로 기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속성장을 위한 전환, 포용적 복지의 역할

지속성장을 위한 국가전략의 핵심은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처방이 아니라 성장 방식 자체를 바꾸는 프레임 전환이다. 첫째, 수도권 초집중을 완화하는 다핵 구조로 가야 한다. 기업·대학·연구·의료·문화가 함께 움직이는 초광역 거점을 키워 '수도권 밖에서도 계층 상승이 가능한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대기업의 성과가 중소기업과 지역으로 확산되도록 거래의 규칙을 정교하게 다듬어 생태계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자산시장 활황이 일부 계층의 소비로만 흐르고 미래 투자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를 끊고 혁신·인재·지역에 재투자되는 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전환의 완성은 복지에서 결정된다. 돌봄서비스와 주거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전직·재훈련·정신건강 같은 삶의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복지는 성장 이후의 보상이 아니라 장기침체를 막는 성장 인프라다.


'피크 코리아'를 넘어선다는 것은 정점의 환호를 더 크게 만들자는 뜻이 아니다.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의 속도를 유지하되 그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는 나라, 혁신이 일부의 성과로 끝나지 않고 사회 전체의 역량으로 확산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지속성장은 기술과 자본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포용의 가치 위에 삶의 불안을 줄이는 복지가 뒷받침될 때 한국은 장기침체를 우회해 진정한 선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그 전환을 제대로 구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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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의 맥]'피크 코리아' 뛰어넘을 지속성장 전략 지난해 12월31일 새벽 서울 광화문 일대 빌딩숲 사이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 조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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