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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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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프랑스 '니콜라스 푸이야트(Champagne Nicolas Feuillatte)'

1976년 설립된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5000명의 생산자가 만들어낸 협동조합 기반 브랜드
평균이 만들어낸 완성도…복잡한 해석보다는 자연스러운 목넘김

편집자주하늘 아래 같은 와인은 없습니다. 매년 같은 땅에서 자란 포도를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양조하고 숙성하더라도 매번 다른 결과물과 마주하게 됩니다. 와인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우연의 술'입니다. 단 한 번의 강렬한 기억만 남긴 채 말없이 사라지는 와인은 하나같이 흥미로운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아경와인셀라'는 저마다 다른 사정에 따라 빚어지고 익어가는 와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들려 드립니다.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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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Champagne)은 오랫동안 '평균'을 경계했다. 평균적인 맛은 개성이 없고, 기억되지 않으며, 위대함과 거리가 멀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샴페인의 언어는 항상 예외를 중심으로 조직됐다. 몇 대에 걸친 가문, 극히 제한된 포도밭, 단 한 해만 허락된 기적 같은 빈티지. 샴페인의 가치는 평균에서 멀어질수록 높아졌다.


샴페인 하우스 '니콜라스 푸이야트(Champagne Nicolas Feuillatte)'도 이 오래된 믿음과 문법을 정면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대신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평균이 정말로 평범함의 다른 이름인가. 평균이야말로 가장 많은 선택이 축적된 최선의 결과는 아닐까.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철학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중심을 욕망하지 않는다. 대신 중심을 재정의한다. 한 명의 위대한 양조가 대신 수천 명의 손길을, 한 해의 기적 대신 반복되는 균형을, 기억에 남는 한 병 대신 언제든 열 수 있는 한 병을 선택한다. 그 결과,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샴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문법을 비껴가며,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이름이 됐다.

샹파뉴 밖에서 온 인물, 니콜라스 푸이야트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샴페인 하우스 설립자, 니콜라스 푸이야트(Nicolas Feuillatte).[사진=니콜라스 푸이야트]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전통적인 의미의 '샹파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포도 재배 가문 출신도, 대를 이어 셀러를 지켜온 양조가 집안도 아니었다. 오히려 금융과 유통, 무역에 익숙한 인물이었다. 1926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무역 비즈니스에 뛰어 들었고, 1960년대에는 아프리카의 커피를 미국으로 수입하는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초, 그는 샹파뉴 지역의 포도밭에 투자하며 와인 업계에 발을 들인다. 그의 냉정한 사업가적 기질은 처음부터 발휘됐다. 그는 자신의 작은 포도밭만으로는 자체 브랜드로 와인을 양조·숙성·판매하는 '메종(Maison)'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샹파뉴는 이미 포화된 시장이었고, 새로운 가문의 서사를 끼워 넣기에도 너무 늦은 시대였다. 그에게 선택지는 작은 규모의 개성 있는 생산자로 남거나 무리하게 자본을 투입해 메종을 키우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거부했고, 기존 문법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 쪽을 택했다. 니콜라스 푸이야트가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그는 샴페인을 예술품으로만 보지 않았고, 동시에 값싼 공산품으로도 보지 않았다. 그는 샴페인을 반복적으로 선택되는 소비 경험으로 정의했다. 이 정의는 곧 새로운 전략으로 이어졌다. 한 명의 생산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 대신 다수의 재배자가 참여하는 구조. 한 해의 기적 같은 빈티지 대신 해마다 안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시스템.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특별한 한 번'보다 '안전한 수천 번'을 설계하기로 한다.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협동조합 '상트르 비니콜 드 라 샹파뉴(Centre Vinicole de la Champagne·CVC)'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니콜라스 푸이야트.[사진=니콜라스 푸이야트]
협동조합 CVC, 개인의 한계를 구조로 바꾸다

니콜라스 푸이야트가 선택한 해법은 협동이었다. 샹파뉴 전역에 흩어진 수많은 재배자들. 개별적으로는 작지만 함께라면 거대한 메종이 될 수 있다는 발상. 이 판단은 '상트르 비니콜 드 라 샹파뉴(Centre Vinicole de la Champagne·CVC)'라는 협동조합으로 이어진다.


이 협동조합은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철학이 제도화된 형태다. 약 5000명의 재배자가 참여하고, 그랑 크뤼(Grand Cru)부터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그 너머의 포도밭까지 광범위한 원료가 하나의 브랜드로 수렴된다. 이를 통해 기후 리스크를 분산하고, 품질 편차를 줄이며, 특정 철학이 아닌 평균값을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본사 전경.[사진=니콜라스 푸이야트]

니콜라스 푸이야트가 다루는 원료의 폭은 샹파뉴에서도 드물게 다양하다. 11개 그랑 크뤼, 26개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을 포함해 약 2100헥타르(ha)의 포도밭에서 자란 포도가 원재료로 사용된다. 각각의 포도밭은 분명한 개성을 지니며, 토양의 밀도와 노출 방향, 재배자의 손길까지 모두 다르다.


그러나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그 차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블렌딩을 통해 흡수하고 상쇄한다. 이곳에서 블렌딩은 창작이 아니라 편집에 가깝다. 튀는 산도는 눌리고, 과숙한 과일은 신선함에 섞인다. 이를 통해 해마다 달라지는 기후는 평균값으로 환원된다. 이 과정에서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하나의 원칙을 세운다. 바로 빈티지가 아니라 브랜드가 주인공이 되는 샴페인이다.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스타일은 명확하다. 이들의 샴페인은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복잡한 테이스팅 노트나 배경지식 없이도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첫 모금에서 감탄을 강요하지 않는 대신 거부감을 남기지 않는다. 와인은 과일 중심의 향과 과하지 않은 산도, 공격적이지 않은 기포. 효모 캐릭터는 전면에 나서지 않고, 질감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이 스타일은 의도적이다. 샴페인을 소수만의 언어에서 끌어내려 다수의 경험으로 옮기겠다는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포도밭 전경.[사진=니콜라스 푸이야트]
'레제르브 익스클루시브'와 '팔메 도르'

'레제르브 익스클루시브 브뤼(Reserve Exclusive Brut)'는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철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구현된 와인이다. 대표 제품이라기보다 기준이 되는 와인에 가깝다. 이 와인은 샴페인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와인은 샹파뉴의 전통적인 세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피노 누아(Pinot Noir)는 구조를 만들고,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는 과일의 친근함을 더하며, 샤르도네(Chardonnay)는 긴장감을 부여한다. 그러나 이 삼각 구도는 고정되지 않고, 해마다 미세하게 블렌딩 비율이 조정된다. 변하지 않는 한 가지는 어느 하나의 성질도 전면에 나서지 않도록 관리된다는 점이다.


향은 직관적이다. 사과와 배, 흰 꽃의 인상이 분명하고, 효모 캐릭터는 배경에 머문다. 산도는 또렷하지만 공격적이지 않고, 기포는 부드럽다. 피니시는 길지 않지만 정돈됐다. 이 샴페인의 진짜 가치는 첫 잔보다 두 번째 잔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메종 안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팔린다는 것은 가장 많은 순간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뜻이다.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니콜라스 푸이야트 레제르브 익스클루시브 브뤼(Champagne Nicolas Feuillatte Reserve Exclusive Brut)'

'팔메 도르(Palmes d'Or)'는 니콜라스 푸이야트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낸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전통 메종처럼 만들었다면 어디까지 갈 수 있었는지, 이 큐베는 그 질문에 대한 조용한 응답이다. 프랑스 문화권에서 종려나무 잎은 탁월함을 상징하는데, '황금의 종려'라는 뜻을 담고 있는 팔메 도르는 그중에서도 최고의 영예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에게 황금종려상으로 익숙한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의 최고상 이름이 팔메 도르인 이유다.


팔메 도르는 매년 생산되지 않는다. 작황이 좋은 해의 최상급 그랑 크뤼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만을 선별해 만든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와인도 2009년 빈티지일 정도로 10년 이상 장기 숙성을 거쳐 선보인다. 공들여 만든 만큼 다른 와인보다 구조가 밀도 있고, 향은 깊으며, 질감은 단단하다. 시트러스와 흰 과실 위로 견과류와 토스트, 은근한 산화 뉘앙스가 겹쳐진다. 이 와인은 기다림을 전제로 하며, 집중을 요구한다. 팔메 도르는 니콜라스 푸이야트가 평균을 선택한 것이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판단의 결과였음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니콜라스 푸이야트 팔메 도르(Champagne Nicolas Feuillatte Palmes d'Or)'
평균은 타협이 아닌 전략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샴페인에서 보기 드문 서사를 가진 인물이다. 그는 샹파뉴의 내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샹파뉴를 시장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구조로 만들었다. 설립자의 판단은 협동조합이라는 엔진을 얻었고, 브랜드는 샹파뉴 전체를 원료로 삼을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대표 제품은 평균을 정교하게 반복했고, 아이콘 제품은 평균 이상의 능력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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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가장 넓은 취향 위에 설 수 있었던 샴페인.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철학은 한 개인의 판단에서 시작해 집단의 구조로 완성됐다. 평균은 타협이 아니라 가장 많은 순간을 책임지는 방식이라는 사실을 니콜라스 푸이야트는 오늘도 수백만 개의 잔 위에서 조용히 반복하고 있다.


[아경와인셀라]누구나 실패 없는 샴페인…평균의 위대함 니콜라스 푸이야트의 샤르도네.[사진=니콜라스 푸이야트]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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