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저녁에 문 닫는 이동노동자 쉼터…‘유령 공간’ 전락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도심 동떨어진 입지, 접근성 고려 없는 행정
오후 6시 폐쇄, 야간에 추위 피할 길 없어
관리 예산 없어 방치…시설 곳곳 먼지만 가득
실질적 휴식 보장 위해 24시 무인 시설 절실

연일 최강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광주 지역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접근성 악화와 운영 시간 미비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시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34곳의 쉼터를 지정했으나, 정작 업무가 몰리는 야간에는 문을 굳게 닫거나 찾기조차 힘든 곳에 있어 '생색내기용 전시 행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광주 동구의 한 번화가에서 만난 배달 기사 A씨(40)의 얼굴은 추위 탓에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는 헬멧 사이로 새어 나오는 입김을 연신 내뱉으며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추워도 갈 곳이 없어요. 커피숍 같은 실내에 들어가는 건 엄두도 못 냅니다. 일이 언제 잡힐지 모르는데 들어가자마자 다시 나와야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수천 원짜리 커피를 시킬 순 없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데 춥다고 매번 돈을 쓰면 남는 게 없거든요."


A씨 같은 이동노동자들에게 한겨울 추위는 생존의 위협이다. 배달·택배 기사, 대리운전 기사, 퀵서비스 종사자를 비롯해 학습지 교사, 가전 수리 기사 등 업무 특성상 야외 활동이 잦은 이들을 통칭하는 '이동노동자'들은 일상적인 '휴식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방송국 3층 구석에 '쉼터'?… 접근성 '제로'
저녁에 문 닫는 이동노동자 쉼터…‘유령 공간’ 전락 광주 남구 양림동 GGN 글로벌광주방송 내 위치한 광주광역시 이동노동자 공공쉼터. 민현기 기자
AD

광주시가 지정해 운영 중인 이동노동자 쉼터는 총 34곳. 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16일 오전 찾은 남구 양림동 GGN 글로벌광주방송 내 쉼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곳은 도심이나 주거 단지에서 다소 떨어진 방송국 건물 내 3층에 있다. 심지어 복도에는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1분 1초가 급한 이동노동자들이 굳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건물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 쉴 확률은 없어 보였다.


실제 확인한 쉼터 내부는 불이 꺼진 채 정적만 흘렀고, 탁자와 의자 위에는 뽀얗게 먼지가 내려앉아 있었으며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모습이었다.. A씨도 "거기 쉼터가 있는지도 몰랐고, 안다 해도 방송국 건물 내부까지 어떻게 들어가겠느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밤샘 노동인데 오후 6시 '문 닫는 쉼터'

지하철 역사 내 쉼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농성역, 쌍촌역, 상무역 등 광주도시철도 1호선 주요 역사에도 쉼터가 마련돼 있지만, 지하에 위치한 특성상 오토바이를 세우고 접근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더욱이 이곳은 일반 시민을 위한 '무더위 쉼터'와 혼용되고 있어 이동노동자들만의 독립적인 휴식 공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운영 시간'이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쉼터 대다수가 공공기관 내부에 있다 보니 공무원들이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에는 문이 굳게 닫힌다. 대리운전 기사나 야간 배달 기사 등 정작 밤사이에 추위와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저녁에 문 닫는 이동노동자 쉼터…‘유령 공간’ 전락 광주시가 운영하는 이동노동자 쉼터. 광주시 제공

이러한 졸속 운영의 원인은 '예산 부재'에 있다. 광주시는 관내 공공기관에 장소 협조만 구했을 뿐, 쉼터 관리를 위한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예산 지원이 없다 보니 장소를 제공한 기관들도 쉼터 관리에 손을 놓고 있고, 자연스레 홍보 부족과 시설 방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와 반면 광주노동권익센터가 운영하는 쉼터 '쉬소'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소한 이곳은 365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된다. 담당자가 매일 점검을 진행하며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단순히 장소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야간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조끼, 추위를 견디게 해줄 핫팩, 갈증을 해소할 생수 등 노동자들에게 꼭 필요한 물품들을 비치해 두었고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개소 6개월 만에 5,200명이 넘는 이동노동자가 이곳을 찾았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AD

광주시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이동노동자 쉼터를 점검하고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이동노동자들의 휴식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