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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 수식 하나로 암세포 '항산화 방패' 무너뜨렸다[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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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노재석 교수팀, METTL3-HNF1B 조절 축 통해 췌장암 치료 취약점 제시

암세포가 극심한 산화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분자적 이유가 리보핵산(RNA)에 붙는 '작은 화학 표지'에서 드러났다. 노재석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RNA 수식(m6A)이 암세포의 항산화 방어 체계를 유지하는 핵심 전사인자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며, 새로운 항암 전략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노재석 교수팀은 RNA에 결합하는 m6A(N6-메틸아데노신) 수식이 전사인자 HNF1B의 발현을 유지함으로써 암세포의 산화 스트레스 방어와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에 발표했다.

RNA 수식 하나로 암세포 '항산화 방패' 무너뜨렸다[과학을읽다] RNA 수식이 암세포의 '산화 스트레스 방어 시스템’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힌 개념도. 연구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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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은 진단 이후 평균 생존 기간이 매우 짧고, 치료제에 대한 빠른 저항성과 잦은 재발로 예후가 극히 불량한 대표적 난치암이다. 최근 연구들은 췌장암 세포가 대사 재프로그래밍과 강력한 항산화 시스템을 통해 높은 산화 스트레스 조건에서도 생존한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이에 따라 암세포 특유의 레독스(redox) 조절 기전을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사인자가 아니라 'RNA 단계'를 겨냥하다

전사인자는 다수의 유전자 발현을 동시에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이지만, 구조적으로 약물이 결합할 명확한 표적 부위가 없어 직접 표적화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해 전사인자 자체가 아닌, 전사인자를 만들어내는 RNA 단계에 주목했다.


연구 결과, METTL3-METTL14로 구성된 RNA 메틸전이효소 복합체가 HNF1B mRNA의 3′-비번역 영역(3′-UTR)에 m6A 수식을 형성하며, 이 표지가 HNF1B 발현의 안정성과 기능 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RNA에 붙은 작은 화학적 표지가 전사인자 HNF1B의 존재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m6A 감소하자 항산화 방어 붕괴

연구팀은 METTL3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기능을 억제해 m6A 수식을 감소시켰을 때의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HNF1B가 조절하던 글루타치온 대사가 크게 약화되며 암세포의 항산화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환원형 글루타치온(GSH)은 감소하고 산화형 글루타치온(GSSG)은 증가하면서 세포 내 산화·환원 균형이 무너졌고, 활성산소가 축적돼 암세포는 산화 스트레스에 극도로 취약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세포 사멸로 이어질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연구팀은 HNF1B 기능을 직접 억제했을 때도 m6A 감소와 유사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세포 사멸이 유도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현상은 췌장암뿐 아니라 여러 암종의 세포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돼, HNF1B가 암 전반에서 항산화 방어를 조절하는 핵심 전사인자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RNA 수식 하나로 암세포 '항산화 방패' 무너뜨렸다[과학을읽다] 연구팀 사진. 왼쪽부터 노재석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박민지 대학원생. 연세대 제공

동물 모델에서도 종양 성장 억제 확인

동물 모델 실험에서도 METTL3 또는 HNF1B 기능이 억제된 종양은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산화적 손상 지표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METTL3?HNF1B 조절 축이 체내에서도 종양 성장과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는 RNA 수식이라는 후성전사체(epitranscriptomic) 정보가 전사인자의 발현과 기능을 조절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의 대사 항상성과 생존 전략이 유지된다는 연결 구조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METTL3-HNF1B 축을 암의 새로운 '대사적 취약점(metabolic vulnerability)'으로 규정하며, m6A 조절 기전을 활용한 차세대 항암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제안했다.


노재석 교수는 "RNA에 붙는 작은 화학적 표지가 암세포의 생존 전략을 어떻게 지탱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보여준 연구"라며 "암세포가 의존하는 산화 스트레스 방어 체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치료 접근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일 "HNF1B 주도 레독스 항상성의 RNA m6A 메틸화에 의한 전신적 조절(Systemic control of HNF1B-driven redox homeostasis by N6-adenosine methylation)"이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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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에는 연세대 생화학과 박민지 석·박사 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유한양행 YIP 프로그램, BK2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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