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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승자독식 압축성장' 이제 그만...이제는 '혁신적 품격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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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출범 5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책은 한국 사회가 '성공 이후의 시간'에 들어선 지금,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재단은 반세기 동안 축적한 학문적 성과를 바탕으로 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종합적 진단을 시도하며, 현재의 위기를 '승자독식 균열사회'로 규정한다.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격차 확대, 정치적 대결은 단절된 문제가 아니라 압축성장의 성공 이후 누적된 구조적 결과라는 것이다. 책은 기존의 성장 중심 사고방식이 더 이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혁신과 사회적 신뢰, 제도적 균형을 함께 고려하는 '혁신적 품격사회'를 대안적 비전으로 제시한다. 또한 멘탈 모델의 전환, 정치·경제·사회의 동시 개혁, 선택을 미루지 않는 결단을 통해 예정된 미래를 바람직한 미래로 전환해야 한다는 실천적 로드맵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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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승자독식 압축성장' 이제 그만...이제는 '혁신적 품격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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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은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고도화된 경제와 선진민주주의를 갖췄다. 그런데 이는 선진국의 시작점에 도달한 것이지 결코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지속할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니다. 심지어 지금 한국 앞에는 기후위기, 인구감소, 지정학적 불안정성, 사회 양극화 등 거대한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격랑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친 체계적인 진단과 이를 바탕으로 한 총체적 전략이 절실하다. 이제 한국은 더 큰 미래를 향한 제2의 창조적 파괴를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의 1장은 오늘의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다음의 네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통찰력 있는 해답을 찾는다. 첫째, 현재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승자독식 균열사회'의 구체적인 증상은 무엇인가? 한국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경제적 성과를 이루었음에도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과 기회의 불균형을 겪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어떤 형태로 드러나며 한국 사회 전반에 어떤 균열과 불안을 일으키는가를 살펴본다. -p. 38

승자독식 균열사회의 구조적 특성을 보여주는 핵심 개념으로 '풍요의 역설'과 '민주화의 역설'을 들 수 있다. 먼저 풍요의 역설 현상부터 살펴보자. 오늘날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에 가까워졌으나 국민의 삶은 오히려 불행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 지표를 기반으로 한 보고서 「한눈에 보는 사회Society at a Glance」에 따르면, 한국은 높은 수준의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지표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속도, 실업 대비 수준, 사회적 안전망, 노인 빈곤율, 복지지출, 건강에 관한 우려, 자살률, 사회적 신뢰, 불안감, 사회적 고립, 중장년층의 외로움 등에서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세계행복지수에서도 2013년 세계 41위, 2021년에는 62위, 2023년 57위로 하락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p. 52

승자독식 균열사회의 다층적 딜레마를 극복하고 혁신적 품격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십 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한국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엇일까? 그것은 단기적 관점에서의 딜레마를 장기적인 선순환으로 풀어나가는 역동적 균형dynamic balancing 전략이다. 경제, 사회, 환경이 지향하는 주요 가치의 대부분이 단기적으로 서로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사회적 위험에 처한 이들을 보호하는 일이다. 그런데 사회복지의 확대는 확장재정정책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국가채무 증가라는 딜레마를 낳는다. 이러한 단기적 관점에서의 딜레마들을 정부는 역동적 균형 전략을 통해 장기적 선순환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한국이 경제, 사회,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율성, 사회적 통합성, 그리고 환경적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즉 경제적 효율성을 높여야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고 사회적 통합성을 높여야 개인의 자율성이나 창의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동시에 조화롭고 질서가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p. 90

혁신적 품격사회로의 전환은 하나의 정부, 하나의 정권이 임기 내에 완수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세대가 시작하여 다음 세대와 함께 완성해야 할,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인 '세대의 프로젝트'이다. 혁신적 품격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장기적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득실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결단과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국가적 목표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한강의 기적은 경제적 가치이고 6월 항쟁이 정치적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삼았다면 이제 대한민국은 사회적 가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확립해야 한다. 즉 불안, 불신, 차별과 무기력을 넘어 모든 구성원의 존엄과 잠재력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거칠고 험난한 여정일 테지만 승자독식 균열사회의 경로를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품격 있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더는 망설일 수 없다. 이제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p. 103

저성장 경제에서는 경제적 잉여가 적어 주어진 자원 획득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진다. 그리고 새로운 투자나 혁신을 통해 성장을 시도하기보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거나 타인의 기득권을 탈취하려는 지대추구rent seeking 성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지대추구 성향의 강화는 타협보다는 대립 구도를 형성시킨다. 따라서 경제적 양극화를 통해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는 사회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정치 세력이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양극화하고 남녀 간에 편 가르기 경향이 강해지는 것은 사회갈등의 전방위적 확산의 단면이다. 더구나 저성장 격차경제가 인구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비대칭적으로 감소하는 축소경제와 결합한 상황에서 세대 갈등과 지역 갈등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처럼 현재 한국은 경제위기는 물론이고 경제 질서의 근간이 되는 사회통합이 근본적으로 붕괴할 수 있는 복합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p. 128

실제로 인구구조 전환 문제에 대한 많은 정책 대응이 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의 정책 대응에는 '인구가 꾸준히 감소해 0으로 수렴할지라도 생존자의 1인당 소득이 성장하면 된다.'라는 암묵적 가정이 깔려 있다. 즉 인구대체율보다 낮은 출산율의 지속과 그로 인한 '집단자살collective suicide'을 피할 수 없다면 이 추세를 되돌리는 것에 애쓰기보다는 그 이행 과정에서 생존자의 후생 증대를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존자의 생활은 윤택하고 풍요로우나 대다수 국민은 소멸하는 미래로 향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이에 대한 가치판단은 중요한 문제다. 이는 현세대 인류의 생명과 미래세대 인류의 생명 간에 어떤 가치를 부여할 것인가라는 인류 생존 자체의 가치에 관한 판단 문제이다. 그런데 이 가치판단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 답을 얻으려면 인구구조 전환이 경제 성장과 사회경제 구조에 갖는 함의를 살펴보아야 한다. -p. 155

한국 정치가 지난 50년 동안 달성한 가장 큰 성과는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었다는 점이다. 1970년대 중반 이후 민주화의 물결에 동참한 많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 중 대부분이 민주주의가 퇴행하거나 권위주의로 되돌아가는 결과를 맞았다. 이렇듯 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안착이 힘든 현실에서 한국은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지속하는 모범사례로 주목받았다. 게다가 산업화를 통한 경제적 성장까지 이뤄냈으니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국가적 위기를 바로 잡고 더욱 탄탄히 민주주의의 뿌리를 다진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었다. 국민은 자발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지지를 보여주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었다. -p. 221

혁신적 품격사회 | 최병일 외 7명 | 324쪽 | 2만3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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