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이 의료법인 명의의 병원을 함께 운영한 경우, 단순히 병원 경영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곧바로 의료법상 '1인 1기관 개설·운영 원칙'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료법인을 사실상 개인 병원처럼 이용하는 등 탈법적 악용 정황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는 취지로, 의료법인 구조에서 1인 1기관 원칙의 적용 기준을 처음으로 구체화한 판결이다. 12월 4일, 대법원 형사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A 씨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2020도949).
[사실관계]
A 씨는 의료법인 B 재단의 대표자로 치과병원을 운영하면서, 별도의 사단법인 명의를 이용해 여러 의원, 치과의원을 추가로 개설·운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 씨가 각 의료기관의 자금 조달, 인력 채용 및 급여 결정 등 운영 전반에 관여하며 여러 의료기관을 사실상 지배·관리했다고 판단했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해 이른바 '1인 1개설·운영 원칙'을 두고 있다.
[하급심 판단]
1심과 항소심은 A 씨가 의료법인과 사단법인 명의를 이용해 복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인사·자금·회계 등 주요 경영 사항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점을 근거로 의료기관을 중복으로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다. A 씨는 의료법 위반 외에도 사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의료법 위반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 등의 지위에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에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중복 개설·운영 금지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등과 같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여 1인 1기관 개설·운영 원칙에 부합하는 적법한 의료기관 운영으로 가장했다는 사정이 추가로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심은 이러한 추가 사정에 대해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은 채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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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명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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