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방 소멸의 해법, 과학기술에서 찾다
호남권 소멸 위기 심화… 정책 대안 시급
수도권 R&D 격차 해소 통합 기구 제안
5대 전략산업 중심 혁신 생태계로 전환
인재 유출 방지 및 규제 혁신 강조
급격한 인구 감소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호남권이 지방 소멸의 재앙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초광역 과학기술 경제공동체' 구축이라는 강수를 뒀다. 지자체 간 협력을 넘어 광역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지역 내 과학기술 자원과 핵심 인력을 초광역 단위에서 통합 관리하는 수평적 협력 모델 도입이 지역 생존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지적이다.
12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이 발간한 '호남 초광역권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호남권의 소멸 위기는 이미 통제 불능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2024년 3월 기준 지방 소멸 위험지수의 전국 평균은 0.615이지만, 전남은 0.329, 전북은 0.394로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전남은 22개 시·군 중 20곳, 전북은 14개 시·군 중 13곳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으며, 광주 또한 5개 자치구 중 4곳이 위험 단계에 진입하는 등 시·도 전역이 공동화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지원으론 격차 못 줄여"… 연구·개발 거버넌스 전면 개편 시급
보고서는 수도권과 지방 간의 극심한 연구개발(R&D) 역량 격차를 지역 소멸을 가속하는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총연구개발비의 무려 70.2%인 83조 5,725억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반면, 호남권 3개 지자체의 국가 R&D 투자 증가율은 전국 평균인 7.2%에 크게 못 미치며 격차가 매년 확대되고 있다. 심지어 호남 초광역권의 과학기술 연구원 수 비중은 국가 전체의 약 1~2% 수준에 불과해 전략 기술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연구 집단 형성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현재 지역 테크노파크 산하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연구개발지원단'을 '초광역권 과학기술전략기획단'으로 통합·격상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제시됐다. 개별 지자체가 각자도생식으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닌, 초광역권 차원의 단일화된 R&D 전략을 수립해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로써 본원 중심의 하향식(Top-down) 사업에만 치중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지역 조직들을 하나의 연합체로 묶어 지역 특화 대형 융합 연구를 주도하도록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5대 전략 산업 집중 육성… "생산 클러스터에서 혁신 생태계로"
호남의 미래를 견인할 실질적인 성장 동력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농업 및 농식품 바이오 ▲인공지능(AI) ▲초고령사회 대응 의료 헬스 산업 등 5대 분야가 최종 확정됐다.
보고서는 호남권이 과거의 노동 집약적 단순 생산 클러스터에 머무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지식 기반의 혁신 산업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주문했다. 지역의 과학기술계를 단순 지원 대상으로 인식하는 대신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할 국가 발전의 한 축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지역 내 대학, 출연연, 기업연구소가 무의미한 경쟁을 멈추고 역할을 분담하는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는 대책이 마련됐다. 특히 지역 연구개발 인력을 임계 규모 이상으로 통합해 전략 산업을 집중 연구하고, 이를 지역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창업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지역 혁신 산업을 뒷받침할 앵커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 일자리 사업을 확대하고, 수도권 인재들이 지역으로 다시 돌아오는 '역유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지역 활성화의 긴급한 목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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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초빙석학 교수는 "호남권은 낮은 인구밀도와 풍부한 에너지 잠재력 등 글로벌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우수한 자산을 갖추고 있다. 지역 과학기술계를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지원 대상'이 아닌 국가 발전의 핵심축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지역 고유의 지식을 바탕으로 한 상향식(Bottom-up)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브랜드화하여 다음 세대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정체성을 제공할 때 비로소 지역 소멸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민현기 기자 hyunk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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