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감소…고갈 위기
'문화강국' 되려면 문제 직시해야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존중받는 공공 재원인가. 지난달 18일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가 던진 질문이다.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 위기를 짚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문화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 문제 제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어쩌면 해피엔딩' 등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폭발하고, 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까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 위기는 역설적이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은 1998년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폴란드 바르샤바대 해외 레지던스에서 창작활동을 했다. 그 과정에서 소설 '흰'의 영감을 얻었다. 지난해 토니상 작품상을 거머쥔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역시 2017년 창작 뮤지컬 해외공동제작 지원 등 문화예술진흥기금을 기반으로 한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1973년 출범한 문화예술진흥기금은 순수예술을 지원하는 유일한 국가 재원이지만 현재 고갈 위기에 놓여 있다. 2004년 5273억원이던 적립금은 2024년 말 기준 551억원으로 축소됐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영화관·공연장 입장권에서 일정 비율을 부담해 조성하던 방식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뒤 재원이 사실상 끊겼기 때문이다. 1~2년 내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금 고갈 우려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04년 이후 줄곧 감소하던 적립금은 2017년 546억원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드러냈다. 이후 국민체육진흥기금·관광진흥기금 등에서 전입을 통해 2020년 1673억원까지 늘었지만, 관광진흥기금 전입이 중단되면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는 국민체육진흥기금·복권기금 전입 등으로 충당하는 '땜질식' 처방만이 이어지고 있다. 두 기금 모두 용처가 정해져 있어 언제든 끊길 수 있다.
이 같은 방식은 순수예술 지원의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순수예술은 성과가 단기간에 드러나기 어려운 분야로, 장기적인 지원이 필수다.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방식으로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 같은 기적이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는 문화강국을 표방하며 2030년 K컬처 산업 규모를 현재의 두 배인 30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문화예술진흥기금 고갈 문제를 방치한 채 문화강국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K컬처의 뿌리부터 흔들리는 문제를 외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헌재는 2004년 판결에서 문화예술 진흥의 공익성은 인정하되 그 재원을 특정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는 없다고 명확히 했다. 정부는 순수예술 지원이 국가의 책무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할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사회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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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예술 재원 규모가 선진국 대비 부족하다는 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에 못 미친다. 1인당 문화예술 공공지출(연간)도 80~100유로 수준으로, OECD 평균 200유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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