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전환 직후 과징금 폭탄…재무 부담 재부각
오너 2세 박진규 회장 취임 이후 4000억대 붕괴
내수·B2B 의존 속 경쟁 심화…B2C 강화 '과제'
가구업체 에넥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떠안고 새해를 시작했다. 박진규 회장이 '내실 경영'과 '재무구조 안정화'를 2026년 핵심 메시지로 던졌지만, 2025년 연말 부과된 과징금 여파가 경영 정상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모양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건설사가 발주한 빌트인·시스템 가구 입찰 담합과 관련해 가구업체 48곳에 총 250억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했다. 에넥스는 이 가운데 가장 많은 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해당 금액은 2019~2023년 5년 연속 적자 끝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2024년 영업이익(51억원)을 웃돈다. 누적 과징금은 238억원으로, 한샘(276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에넥스는 오랜 실적 부진을 겪어왔다. 연 매출액은 2019년 4000억원대가 붕괴됐다. ▲2019년 3636억원 ▲2020년 2336억원 ▲2021년 2017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간 뒤 ▲2022년 2059억원 ▲2023년 2306억원으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영업손실은 542억원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공교롭게도 박 회장의 경영 행보와 시기상 맞물린다. 2019년 3월 창업주인 박유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박 회장의 '오너 2세 체제'가 출범했는데 이후 실적 부진이 장기화된 것이다.
에넥스는 2024년 매출 2641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하며 마침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장기간 이어졌던 실적 부진의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 박 회장은 창립 55주년을 맞아 전날 열린 시무식에서 수익 중심의 '내실 경영'과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2026년 핵심 전략 과제로 ▲전사 흑자 달성으로 안정적 재무구조 확립 ▲신성장 사업 발굴 및 육성 시스템 구축 ▲고객 경험 중심의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 구축 ▲이익 중심의 원가구조 개선을 제시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에넥스는 전체 매출 90%가 내수 시장에서 발생한다. 특히 과징금 대상인 빌트인 가구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의 87.5%에 달하는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해당한다. 이번 공정위 제재가 경기 침체에 맞물리며 향후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을 동시에 키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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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방인 B2B 시장을 방어해야 하는데 외부 경쟁 강도마저 심화했다. 업계의 양대 산맥인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최근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사업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B2B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5월 오피스 인테리어·가구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해당 라인업 확대에 나섰고, 현대리바트 역시 오피스 기반 B2B 인테리어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에넥스는 B2B 비중을 줄이고 B2C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그간 내세워왔다. 그러나 B2C 매출 비중은 여전히 한 자릿수다. 지난해 1~3분기 B2C 매출 비중은 각각 9.7%, 9.4%, 9.7%에 그쳤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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