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컵 따로 계산제 본격 논의
가격 인상 아니지만 고객 불만 우려
포스기 설정 등 추가 비용 부담도
"적극적인 홍보 등 고민 선행돼야"
정부가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목표로 '컵 따로 계산제'(컵 가격 표시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소상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컵 따로 계산제가 소비자들에게 '커피값 인상'으로 받아들여져 현장에서 불필요한 반발과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장의 준비 상황과 수용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시행되는 정부 환경 정책으로 소상공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페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들 사이에서는 컵 따로 계산제가 도입될 경우 고객들의 불만이 빗발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올해 말, 늦으면 내년 초에 본격적인 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컵 따로 계산제는 기후부가 탈(脫)플라스틱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제도다. 기존에 커피값에 포함되던 일회용컵 가격을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도록 영수증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커피값이 인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했던 일회용컵 가격을 표기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가격이 인상된 듯한 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현장의 우려다. 이로 인해 고객들의 불필요한 반발 심리를 자극하고, 현장에서 직접 정확한 내용을 안내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운영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 시흥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씨(57)는 "물가 인상으로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에 200~300원 가량이 영수증에 따로 표기되면 '왜 일회용품 가격을 따로 받느냐'며 따지거나, 가격이 올랐다며 불만을 품는 고객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제도 도입으로 인해 고객들의 불만에 응대하는 등 추가적인 부담은 고스란히 점주 몫이 된다"고 토로했다.
단순한 운영 부담을 넘어 실질적인 비용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일일이 포스(POS)기의 설정값을 바꿔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회성 비용이 청구될 수 있다. 현재 대부분 매장은 결제 과정에서 고객에게 '매장 이용'과 '포장' 두 가지 선택 탭을 제공하는데, 컵 따로 계산제를 적용하려면 여기에 '다회용기'와 '일회용컵' 항목을 추가하고 관련 안내 문구를 별도로 설정하는 등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
컵 따로 계산제 역시 이전에 시행된 정부의 환경 정책들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행과 연기를 반복하다 사실상 무기한 중단 상태에 빠진 '종이 빨대 의무 사용' 제도나, 실효성 논란 끝에 지자체 자율에 맡겨진 '일회용컵 보증금제'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의 부담만 커졌던 문제가 이번에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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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경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업주와 소비자 모두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으로, 이번 컵 따로 계산제 역시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컵 따로 계산제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소비자들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 개선을 돕는 등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방향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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