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에 은행 재무 부담 덜어
ELS·LTV 과징금 연기 역시 실적에 긍정적
정부의 강도 높은 개입으로 연말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은행권의 4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월 중 부과가 예상됐던 금융당국의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관련 과징금도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실적 부담이 줄었다는 평가다.
환율 하락에 은행 재무 부담 완화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 1483원으로 연중 최고치에 근접한 뒤 현재는 1430원대로 50원가량 하락했다.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와 기획재정부의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면제 등 강도 높은 정부 개입이 이어지면서 일주일 만에 환율이 급락했다는 평가다.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금융지주와 은행 재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로 표시된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 규모가 확대돼 당기순이익과 재무안정성이 악화된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재무 부담이 완화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올해 3분기 130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4분기 들어 1400원대로 상승하면서 은행 실적과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연말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오면서 시장의 우려는 다소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정부 정책 효과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환율이 당분간 14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책 영향으로 환율이 내년 상반기 중 1300원대 후반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다만 원화 약세가 구조적인 현상일 수 있어 내년 하반기에는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환율 하락은 은행 실적과 재무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면서도 "4분기 전반적으로 환율 수준이 높았던 만큼 재무안정성은 3분기 대비 낮아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LS·LTV 과징금 연기돼 실적 변수 감소
4분기 주요 은행들이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금융당국의 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과 공정위의 LTV 담합 과징금에 대한 결론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진 점도 은행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홍콩 ELS 사태와 관련해 은행 과징금 규모를 결정하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개최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앞서 금감원은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검토했으나 은행들이 이미 자율배상을 완료한 만큼 제재심에서 과징금 규모가 경감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내년 상반기 제재심을 추가로 열어 과징금 부과 여부와 규모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말 열린 공정위의 은행 LTV 담합 관련 제재심에서도 과징금 규모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아 해당 안건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정보를 공유하며 담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공정위 과징금이 최소 수천억 원대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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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과징금 부과가 연기됐더라도 은행들이 4분기 실적에 관련 비용을 충당금으로 선반영할 가능성은 있다. 하나증권은 LTV·ELS 과징금 관련 4분기 비용 인식 규모로 KB금융지주가 약 5000억원,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2500억원 수준을 반영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해당 금액만큼 금융지주의 4분기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이를 반영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4분기 손익이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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