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캄보디아인들, 국방부 앞에서 집회
"초음속 고등훈련기로 폭격,민간인 사망"
"캄보디아는 평화를 원해" 태국 규탄
한국이 태국에 수출한 무기가 자국을 폭격하는 데 쓰였다며 국내 거주 중인 캄보디아인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규탄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재한캄보디아인들은 이날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방부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국기와 배너를 들고 "한국이 판매한 무기가 캄보디아를 침략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캄보디아는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태국이 캄보디아를 폭격했을 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해 수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TH(골든이글)를 사용해 자국의 영토를 침공하고 민간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와 국회가 훈련용 방산 수출품을 공격용으로 오남용한 태국의 행위를 규탄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70∼80명이 참석했다.
앞서 태국 유력 매체 타이라트는 "태국 공군이 T-50TH 골든이글을 캄보디아 깊숙한 바탐방주(州)까지 투입해 첫 실전 임무를 수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태국 공군은 지난 2018년 T-50TH를 도입해 14대 규모로 운영 중이다. T-50은 한국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등이 도입했으나 훈련 목적으로만 사용돼왔다. 태국 공군은 역시 T-50TH를 전술 훈련 수준으로만 운영해왔으나, 이번 캄보디아 공습에 T-50TH를 투입함으로써 실전에서의 정밀 폭격 능력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태국과 캄보디아는 지난 1907년 프랑스가 캄보디아를 식민지로 통치하면서 처음 측량한 817㎞ 길이의 국경선 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소규모 교전을 벌인 양국은 7월에 닷새 동안 무력 충돌을 벌였다. 당시 양측에서 48명이 숨졌고 30만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휴전 협정을 체결했으나, 지난달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 폭발로 태국 군인이 다치자 휴전협정은 파기됐다.
다만 양국은 교전 20일 만인 지난 27일 정오를 기해 휴전을 발효하고, 현재의 병력 배치를 동결함과 동시에 추가적인 병력 이동은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번 휴전은 지난 24일부터 이어진 사흘간의 회담 끝에 성사됐다. 다만 회담 중에도 캄보디아 측은 태국군이 국경 지역 폭격을 강화했다고 하는 등 전쟁의 불씨는 남은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양국 중재에 자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서 벌어졌던 교전이 일시 중단되고 최근 합의한 기존 조약에 따라 다시 평화롭게 공존하게 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미국은 늘 그렇듯 (이번 휴전에) 기여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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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27일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분쟁 휴전 협정 체결을 환영한다. 중국은 캄보디아와 태국의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소통을 위한 플랫폼을 지속해서 제공하고 여건을 조성할 용의가 있다"며 "휴전 공고화, 교류 복원, 정치적 상호 신뢰 재건, 관계 전환 달성 그리고 지역 평화 유지에 건설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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