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18~22세 남성 출국 금지 해제
8월 이후 폴란드 이주 2배, 독일 10배 ↑
"돌아오지 않을 한 세대 해외로 내몰아"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18∼22세 남성에 대한 출국 금지를 해제한 가운데, 외국으로 떠나는 청년이 급증하면서 군과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합뉴스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 몽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이주 행태를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18∼60세 남성은 특별 허가 없이 출국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다 올해 8월 말 18∼22세 남성에 대해 출입국 절차를 개정했다. 청년층에게 더 많은 해외 유학 기회를 제공하고, 이미 해외에 거주 중인 이들은 자유롭게 고국을 왕래함으로써 고국과 유대를 유지하게 한다는 명분이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대량 이탈이 촉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가 확보한 폴란드 국경 당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 9∼10월 총 9만 8500명의 우크라이나 청년이 국경을 넘었다. 청년 대상 출입국 절차 개정 전인 올해 1∼8월 출국한 4만 3500명의 2배 수준이다.
독일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18∼22세 우크라이나 청년의 입국자 수는 지난 8월 중순 주당 100여명에서 9월 중순 이후 1000명 이상으로 10배 증가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청년 피란민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청년들의 이탈은 25∼60세 남성의 징집으로 노동력 부족을 겪는 우크라이나 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 채용 플랫폼 로보타가 지난 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의 71%가 지난 8월 이후 젊은 직원의 퇴사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야당 홀로스 소속 세르히 라흐마닌 의원은 지난달 현지 매체에 "우리는 돌아오지 않을 한 세대를 해외로 내몰았다"며 "이는 군대에 대한 손실이 아니라 경제에 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이후) 국가 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사람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에 따르면 청년들의 최소 3분의 1이 국외로 떠났다"며 "돌아오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들은 전쟁 중인 고국을 떠나고 있다. 수도 키이우에 사는 18세 학생 다니일은 "최근 친구 2명이 더 나은 기회와 같은 직업이라도 더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나라를 떠났다"고 매체에 밝혔다. 18세가 되기 전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청년 티무르 루모마노우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고, 평화가 찾아온다 해도 러시아는 여전히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귀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유럽보다 그게 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정착한 청년 드미트로 크냐지우크는 "폴란드를 좋아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살기를 더 선호한다. 그곳이 내 고향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매체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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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인 2022년 2월 약 4200만명이던 우크라이나 인구는 현재 3600만명으로 줄었고, 상당수는 러시아군 점령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구가 오는 2051년 2500만명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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