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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 "韓, 은행 의존 낮추고 자본시장 키워야 기업혁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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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공지능 시대의 불확실한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형 은행 중심의 보수적인 자금 조달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프레이 부교수는 "에너지 안보 등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특정 제조 산업을 국내에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할 수 있지만, 제조업은 마진이 낮아지고 있고 저임금 국가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라기보다는 '관리된 쇠퇴'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프레이 부교수는 한국이 가진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성장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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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
은행, 실패 회피·안정성 중시
자본시장, 진입 쉽고 유동성↑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자금 조달
AI시대 신기술 투자·혁신 가능

한국이 인공지능(AI) 시대의 불확실한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형 은행 중심의 보수적인 자금 조달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키워야 기업의 혁신 투자 여력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의 AI 및 노동 부문 부교수는 24일 아시아경제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역동적인 혁신을 원한다면 대형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진입이 쉽고 유동성 높은 자본시장으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들은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더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담보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은행 금융만으로는 리스크가 큰 신기술 투자와 장기적 혁신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는 은행 금융이 본질적으로 실패를 회피하는 구조인 반면 자본시장은 다수의 투자자가 위험을 나눠 부담하고 성공 시 보상을 공유할 수 있어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 "韓, 은행 의존 낮추고 자본시장 키워야 기업혁신 투자"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의 AI 및 노동 부문 부교수는 24일 아시아경제와의 화상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역동적인 혁신을 원한다면 대형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신규 진입이 쉽고 유동성 높은 자본시장으로 자금 흐름을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레이 부교수 프로필 사진.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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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의 덫'이라는 저서로 국내에 잘 알려진 프레이 부교수는 경제사학자로, 지난 9월 '진보는 어떻게 끝나는가(How progress ends): 기술, 혁신, 그리고 국가의 운명'을 출간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신간은 최근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 책에서 프레이 부교수는 기술 진보가 반드시 모두의 번영으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프레이 부교수는 한국의 기업 발전에 대해 "과거 해외에서 발명된 기술을 가져와 대기업 내부에 확산시키고 부문 간 투자 조율을 통해 빠르게 따라잡는 '추격형 성장(Catch-up growth)' 중심에 있었다"며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일본과 다르게 반독점 정책을 강화하며 신규 기업의 진입과 특허 출원을 활성화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전략이 기술 표준이 비교적 명확했던 산업화 국면에서는 효과를 발휘했지만, 기술 경로가 고정되지 않은 AI 시대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추격의 대상이 없는 환경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개척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AI 시대의 경쟁은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기술의 미래를 예측해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선택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뛰어난 탐험가는 시장이 결정하게 해야 하고, 정치는 그 탐험이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고 했다.


프레이 부교수는 과거 에어버스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산업 환경의 차이를 짚었다. 그는 "에어버스의 성공은 항공 기술이 이미 성숙해 국가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따라가는 경쟁 구도였기에 가능했다"며 "반도체나 AI는 기술 경로가 계속 바뀌는 움직이는 목표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특정 기업을 골라서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각기 다른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기업들이 여러 기술적 경로를 탐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최근 각국에서 안보와 공급망을 이유로 제조업을 국내에 유지하거나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성장 전략과 안보 전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이 부교수는 "에너지 안보 등 국가 안보 측면에서 특정 제조 산업을 국내에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할 수 있지만, 제조업은 마진이 낮아지고 있고 저임금 국가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새로운 성장 모델이라기보다는 '관리된 쇠퇴(managed decline)'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프레이 부교수는 한국이 가진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성장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장과 인력을 늘려 생산 규모를 키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 번 개발한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를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여러 시장으로 반복 확장하는 '서비스 중심의 스케일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전제로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은 전형적인 제조업 기반 국가지만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경제 체질은 서비스업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과 달리 서비스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있지만, K팝 등 문화 수출 성공 사례와 AI 번역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서비스 무역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글로벌 스케일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프레이 부교수는 자신의 저서 '진보는 어떻게 끝나는가'에서 지난 1000년의 역사를 추적하며 송나라와 네덜란드 공화국 같은 강대국들이 왜 혁신의 동력을 잃고 정체됐는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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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을 탐색하려면 자율적인 분권화가 필요하고 이를 국가 전체로 확장하려면 효율적인 관료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현대의 미국과 중국에서 이 균형이 무너지고 있음을 경고하며, 과거 교훈을 통해 기술 혁신 바람을 성장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적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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