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거의 없고 빌 클린턴이 대부분
클린턴측 "자신들 보호하려는 의도"
양당 모두 반발…"본디 장관 탄핵 검토"
미국 법무부가 19일(현지시간) 공개한 제프리 엡스타인 문건. 사진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 마이클 잭슨(왼쪽), 다이애나 로스(오른쪽)가 함께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를 19일(현지시간) 처음 공개했다. 자료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없는 반면,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여성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는 사진들이 다수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미 법무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수십만 건에 달하는 엡스타인 수사 문건 공개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상·하원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에 따른 조치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는 엡스타인 관련 수사 증거와 함께 공화당이 오랫동안 문제 삼아온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진들이 대거 포함됐다. 사진에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엡스타인의 과거 연인이자 성범죄 공범인 길레인 맥스웰과 함께 실내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얼굴이 가려진 여성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 앉아 있는 모습, 여성과 욕조에 함께 있는 장면 등이 담겼다. 법무부는 이 가운데 온수 욕조 사진 속 얼굴이 가려진 인물이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게이츠 맥개빅 법무부 대변인은 해당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얼굴을 가린 검은색 상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고, 백악관 공보라인 인사들도 잇따라 사진을 공유하며 클린턴 전 대통령을 조롱했다.
반면 엡스타인과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교류한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사진이나 문서는 이번 공개 자료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클린턴 측은 법무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쏠린 비난 여론을 돌리기 위해 클린턴 전 대통령을 부각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클린턴 측은 "이 사안은 빌 클린턴에 관한 것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들을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파일 공개 방식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전체 증거의 극히 일부"라며 즉각적인 전면 공개를 촉구했고,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 역시 "법의 취지와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검토가 필요한 일부 자료를 제외하고, 향후 몇 주에 걸쳐 추가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수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가 2019년 교도소에서 숨졌으며, 이후 정·재계 유력 인사 연루설과 사망 경위 등을 둘러싼 각종 음모론이 이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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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을 공동 발의한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당초 법안이 요구한 수준으로 엡스타인 관련 파일이 전면 공개되지 않았다며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CNN에 밝혔다. 그는 앞서 기자들에게 "오늘 공개된 자료에 실망했다"며 향후 대응과 관련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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