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난치성 질환 치료에 적용할 차세대 면역세포를 개발했다. 특히 이 면역세포는 암세포의 방어력을 낮추는 전략을 갖춰 암을 공략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면역치료제연구센터 조이숙 박사 연구팀이 'drNK(direct reprogramming Natural Killer cell·직접 전환 NK 세포)'를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NK세포는 인체 내 선천면역세포다. 암세포,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즉각적으로 인식해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은 NK세포가 차세대 면역항암 치료제로 주목받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NK세포를 실제 치료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체내에 오래 생존하기 어렵고 생존 중에 암 조직 안으로 침투가 쉽지 않은 점 그리고 암세포의 강한 방어기제 영향으로 기능이 약화되는 한계를 드러냈다. NK세포의 긍정적 역할을 알고도 치료과정에서는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했던 셈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고안했다. 이 기술은 피부, 혈액 등에서 얻은 일반 세포(체세포)를 다양한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 단계로 되돌리지 않고 곧장 NK세포로 전환한다.
직접 리프로그래밍 기술은 NK 세포로의 분화를 억제하는 특정 유전자(BCL11B)를 조절해 단시간 내 기능이 강화된 NK세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NK 세포는 기존 NK 세포보다 암세포를 인식·공격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연구팀은 이 세포를 'drNK 세포'로 명명했다. 실험 결과 'drNK 세포'는 암세포 살상 능력과 체내 지속성이 동시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췌장암을 연구 모델로 'drNK 세포'를 실제 치료과정에 적용하는 검증도 거쳤다. 췌장암은 암세포 주변에 단단하게 방어 환경을 형성해 면역세포 침투가 어렵다. 같은 이유로 췌장암은 면역항암치료 효과를 보기 어려운 대표적인 암으로 악명이 높다.
검증 과정에서 연구팀은 'drNK 세포'가 췌장암 세포를 보다 정확하게 찾아 공격할 수 있도록 'CAR(키메라 항원 수용체)'라는 표적 인식 장치도 추가 도입했다.
특히 췌장암 세포 표면에 다수 존재하는 '메소텔린(Mesothelin)'을 인식하도록 설계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맞춤형 NK 세포를 구현('MSLN-drNK'로 명명)하고 암세포 자체 방어력을 약화시킬 전략을 함께 적용했다.
또 췌장암 세포가 면역 공격을 회피하는 데 관여하는 단백질(PKMYT1)을 억제해 암세포가 NK세포의 공격에 취약해지는 환경을 조성했다.
연구팀의 검증 과정은 보다 강력한 NK세포로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공격하게 하고 암세포의 방어 환경을 동시에 약화시키는 세 가지 전략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NK세포와 암세포 간 결합 및 인식 신호가 강화되고 전체적인 항암 효과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연구팀의 접근 방식은 췌장암은 물론 다양한 고형암과 난치성 질환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조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료용 NK세포의 공급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단일 접근만으로는 공략이 어려운 복잡한 질환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한 사례"라며 "연구팀은 향후 안전·효율성을 높일 후속 연구로 치료 현장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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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구 결과(논문)는 최근 국제학술지 'Journal of Hematology and Oncology'를 통해서도 발표됐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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