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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톡]우리는 어디까지 '하지 마라' 사회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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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책임 회피 위해 위험 전면 차단
금지와 개인 자유의 균형 재정립을

[K우먼톡]우리는 어디까지 '하지 마라' 사회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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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 책임을 묻는 일이 자연스럽다. 작은 불편이나 개인적 선택의 결과, 때로는 사적인 문제까지도 "국가가 왜 관리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이임하는 주한 대사들에게 한국 생활에서 불편했던 점을 물어보면, '하지 마라'라는 경고가 지나치게 많다는 답이 돌아온다.


예를 들어 바다에는 줄이 처져 있어 그 밖으로 헤엄쳐 나가면 곧바로 호루라기 소리가 울린다. 어디까지 헤엄쳐 나갈지는 개인의 능력과 판단에 달린 문제인데, 국가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국민 개개인의 안전을 과잉 보장하려는 태도는 근대화 과정에서 형성된 국가 주도 발전 모델의 산물이다. 산업화와 독재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서 국가는 보호자가 돼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각인된 것이다.


그 뿌리는 백성을 보호하고 교화하는 국가를 이상형으로 삼았던 유교적 전통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라가 도덕적 권위를 가지려면 백성을 배부르게 하고 자식처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우리의 사고에 남아 있다. 개인보다 공동체의 조화를 우선시하던 문화는 특히 공공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보다 질서를 중시하는 의식으로 이어졌다. 공동체 의식은 긍정적인 측면이 크지만, 규제와 간섭을 불편한 통제로 보기보다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문화와 역사적 경험은 일상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KTX에서는 차량 내에서 조용히 할 것과 통화하지 말라는 방송이 반복되고, 지하철에서는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하지 말라, 불법 촬영을 하지 말라 등 수십 가지 금지 안내 방송이 나온다. 사우나에는 오일을 사용하지 말고 휴대폰을 들고 들어오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상식적인 것들조차 '하지 말라'는 안내로 도배돼 있다. 공원 벤치에는 '음식물을 먹지 마시오', 관광지에는 '낙서하지 마세요' '시설을 훼손하지 마세요' 등 금지 문구가 공공 공간을 가득 채운다. 놀라운 점은 시민 대부분이 이러한 금지 명령을 자연스러운 것, 혹은 감내해야 할 필요로 받아들이며 문제 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세한 규제의 배경에는 한국 사회의 높은 위험 회피 성향이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정부 책임이 제기되고, 이를 우려한 공공기관은 잠재적 위험을 원천 봉쇄하려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규제는 강화되고, 한 번 생긴 규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남발하는 규제는 시민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동시에 수동적으로 만들고, 성숙한 시민 의식을 저해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정한 국가 개입의 선'을 다시 설정하는 일이다. 정부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구조적 위험관리에 집중해야 하며, 개인의 일상 선택이나 생활 양식을 과도하게 규정하거나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일을 반복적으로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통제는 줄여야 한다. 동시에 시민도 국가에 무한 책임을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자유와 책임을 인식하고, 불필요한 규제에 질문을 던지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한국 사회는 국가와 시민이 서로에게 높은 기대를 품은 독특한 공동체다. 그 기대가 오늘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보호라는 이름으로 자유와 다양성이 지나치게 억눌릴 때,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정부는 어디까지 우리의 삶에 개입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무심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질문을 놓치지 않을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한층 더 성숙한 선진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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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전 주영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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