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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EW]K컬처는 어떻게 경제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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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확산, 관광·소비재·수출 '연쇄 효과'
'스타 의존'이라는 구조적 위험

[THE VIEW]K컬처는 어떻게 경제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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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음악은 소수 마니아층이 즐기는 문화였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노래는 '강남스타일' 정도가 전부였다. 내가 미국에서 한국 문화가 진짜로 '대중화'되고 있다고 처음 느낀 순간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은 백인이 대부분인 인디애나주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인데, 어느 날 라디오 방송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음악이 나왔다. 미국 일반 대중을 겨냥한 방송에서 한국어 노래가 흘러나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 시점을 기점으로 한국 문화가 미국 사회 곳곳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았다. 60대 후반인 우리 학과 비서는 공유와 이민호의 팬이 되었고, 넷플릭스에 있는 K드라마는 거의 모두 섭렵했다. 내가 베이비샤워 답례품으로 달고나를 만들었을 때는 한 개만 더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이 이어졌다. 내가 가르치던 학생들은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간다며 설레했고, 블랙핑크 콘서트를 다녀왔다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K컬처의 세계화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를 불러올까? 문화 수출의 경제 효과는 복합적이어서 수치화가 쉽지 않다. 우선 음악·드라마·영화·게임·방송 포맷·콘서트 등 직접적인 수출액은 연간 약 15조원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BTS나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하나의 콘텐츠가 가진 브랜드 가치, 즉 지식재산권(IP) 활용 효과까지 더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세계관은 게임·굿즈·테마파크 등으로 확장될 수 있고, 이러한 파생 상품과 제조업 연계 효과까지 합치면 한국 콘텐츠의 실질적 수출액은 이미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콘텐츠 수출은 관광산업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준다. 연구에 따르면 K콘텐츠는 연간 5조~7조원의 관광 효과를 가져오며, 전체 관광 수입의 약 10%를 차지한다. 정부 통계는 해마다 약 500만~700만명이 K콘텐츠 때문에 한국을 방문한다고 집계한다. 이는 전체 방한객의 절반 규모다. 이 중 약 3분의 1은 공연 관람이나 촬영지 방문 등 K콘텐츠 자체가 방문 동기인 경우, 나머지 3분의 2는 콘텐츠를 접한 뒤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겨 여행을 결심한 경우다.

[THE VIEW]K컬처는 어떻게 경제가 되었나 K-컬처는 콘텐츠 소비에서 관광, 소비재 구매, 제조업·수출로 이어지는 연쇄적 흐름을 만들어낸다. 일러스트는 문화의 확산이 직접 수출뿐 아니라 간접적인 경제 활동까지 불러오는 구조를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사진 제미나이.

그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은 콘텐츠와 직접 연관이 없는 제품 수출에도 영향을 준다. K팝·드라마의 노출로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화장품·식품·의류 등 소비재 수출이 추가로 늘어난다. 한 연구는 한류로 연간 약 2조원 규모의 소비재가 추가 수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김밥과 라면이 인기를 끌며 방영 이후 일부 제품의 외국인 결제 건수와 김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요약하면 K컬처는 연간 30조원에 가까운 수출효과를 내고 있으며 이는 한국 총수출액의 2~3%에 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이 수치는 국가 인지도 상승이나 기업 신뢰도 개선 등 계량이 어려운 요소는 포함하지 않은 값이다.


수출을 제외하더라도 국내에서 발생하는 콘텐츠 산업의 경제효과는 매우 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콘텐츠 산업의 생산 유발 효과가 약 100조원을 넘는다고 분석한다. 이는 한국 연간 GDP의 약 4~5%를 담당하는 수준이다. K컬처는 이미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한국 경제의 핵심 산업 중 하나가 된 셈이다.


그러나 성장세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고 낙관할 수만은 없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소수의 작품과 스타에 매출이 집중되는 구조다. 언론에서는 이를 'BTS 리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예를 들어 입대나 스캔들 이슈가 발생하면 수출과 매출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또한 자본이 히트작과 스타에만 집중되면서 콘텐츠 다양성이 줄고, 제작비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K컬처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제작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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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영 美 인디애나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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