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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에 벌금폭탄? 다 죽어" 집단 반발…태국, 결국 없던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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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오후 시간대 주류 판매에 취식도 벌금폭탄
개정안 시행에 관광, 주류, 여행업계 집단 반발
"관광으로 먹고 산다" 민원폭주에 결국 태국 방침철회

"낮술에 벌금폭탄? 다 죽어" 집단 반발…태국, 결국 없던 일로 태국 방콕 길거리 모습. 펙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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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대 주류를 팔거나 마시면 벌금을 부과한다는 조치에 각계 반발이 커지자 태국 정부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17일(현지시간)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4일 태국 국가주류정책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주류 판매 금지와 벌금 부과를 담은 주류법 개정안 시행을 철폐하기로 했다. 주요 명절과 축제 기간에 소비를 촉진해 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소폰 자룸 부총리는 14일 정부청사에서 열린 위원회 2차 회의 직후 "이번 조치는 연말·송끄란 등 관광 성수기 동안 관광 및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해당 금지 조치가 도입된 배경을 두고 "오래전에 공무원들의 근무 시간 음주를 막기 위해 시행됐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오늘날 공무원들은 근무 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는다"며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 금지 해제 조치는 15일간의 공청회 절차를 거쳐 12월 1일 전후에 발효될 전망이다. 다만 6개월의 시범기간을 거친 후에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낮술에 벌금폭탄? 다 죽어" 집단 반발…태국, 결국 없던 일로 태국 유명 관광지인 치앙라이 모습. 태국정부관광청

논란 불러온 '개정 주류법'…첫날부터 민원 폭주

지난 8일 시행된 개정 주류법은 기존과 달리 술을 마신 소비자에게도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적발 시 최대 1만 밧(약 45만원) 이상 벌금이 부과되며 관광객 역시 예외가 아니다. 태국 주류관리법상 일반 소매점이나 레스토랑에서는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 주류 판매가 금지돼 왔다. 이는 1972년 과음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 때문에 태국을 찾은 관광객들은 오후 시간이나 자정이 넘은 시간에 술집에 가도 더 이상 술을 구매할 수 없고,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도 술이 보관된 냉장고가 굳게 닫혀 있는 등의 경험을 종종 해왔다.


태국은 관광업이 직간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개정안 시행은 여행업계와 외식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쳤다. 한 태국 식당 업주는 매체에 "예컨대 오후 1시 59분에 술을 판매했고, 손님이 그 술을 오후 2시 5분까지 마셨다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벌금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외식업계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확산했다. 주류 자유화를 꾸준히 주장해 온 인민당의 한 의원은 "개정된 법은 주류 판매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주류 판매가 24시간, 주 7일, 주 7일 내내 이뤄져야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에게 혼란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 관광체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은 약 2908만명, 지출액은 1조3600억밧(약 55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중국인 관광객이 575만7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말레이시아(418만7000명)와 인도(172만6000명)가 그다음이었다. 한국인은 약 154만명으로 네 번째였다.

"낮술에 벌금폭탄? 다 죽어" 집단 반발…태국, 결국 없던 일로 태국 정부와 관광경찰청, 관광업계 등이 11월 3일 해외여행객 신뢰회복을 위한 '트러스티드 타일랜드(Trusted Thailand)' 인증 마크제도를 홍보하고 있다. 태국관광경찰청

공중보건이냐 관광이냐 딜레마 계속

주류 관리법 개정안 시행이 촉발한 거센 반발은 태국 정부가 반복적으로 직면해 온 딜레마를 다시 드러냈다. 사회 질서·공중보건과 관광 산업 중심 경제 사이의 균형이 그것이다. 11월 8일 개정 법률이 발효되자마자, 오후 2~5시 주류 판매 금지와 자정(24:00) 이후 음주 금지 조항이 특히 논란을 키우며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규제 충격을 안겼다. 술집·식당·나이트라이프 업계·관광지 전반에 즉각적인 타격을 줬다. 방콕의 대표적 야간 관광지들은 개정법에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객 혼란, 예약 취소, 제멋대로 적용되는 단속이 동시에 발생했다.


백팩커 천국인 카오산로드(Khao San Road)가 그 대표적 사례다. 카오산비즈니스협회는 정부의 철회 결정에 대해 "시대착오적이고 경제적으로 해로운 규제의 철회"라며 환영했다. 협회측은 오후 2~5시 금지 규제가 1972년부터 유지된 낡은 규제라며, 현재의 관광·경제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휴가 중인 관광객은 근무 시간 규범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유럽인 관광객 비중이 80%에 이르는 카오산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야와랏(차이나타운)과 반타트통 지역은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다. 일부 식당들은 '엔터테인먼트 업소'로 등록해 완화를 기대했지만 복잡한 인허가 절차 때문에 절반만 성공했고, 나머지는 음성적 운영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여러 업주들은 ▲관광지 중심으로 '야간구역' 지정 ▲음성 업소를 양성화해 투명 운영하도록 유도 ▲불필요한 단속과 지방 관리들의 '보이지 않는 비용'(뇌물·편의 제공) 축소 등을 바라고 있다. 서비스 업계는 6개월 시범 기간을 매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보고 있다.

"낮술에 벌금폭탄? 다 죽어" 집단 반발…태국, 결국 없던 일로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경고음"…WHO 기준 위반 우려도

반면 보건 전문가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경제 논리에 밀려 공중보건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태국 알코올연구센터 소장 폴라텝 비칫쿠나콘 박사는 이번 완화 조치가 "비정상적이고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국가주류통제위원회에 민간 업계 대표가 참여하게 된 점이다. 이는 "산업 이해당사자가 공중보건 정책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정면 충돌한다. 국책연구기관인 태국개발연구원(TDRI)은 "시대착오적 시간 규제 대신 자정 이후 일괄 금지 같은 단일 체계가 합리적"이라며 "무제한 영업시간(예: 새벽 4시까지)은 반대한다"고 했다. 또 명절 등 주요 불교 기념일의 금주 조치는 폭음 억제 효과가 있다면서 본질적인 위험 요소가 시간 자체가 아니라 ▲미성년자 판매 ▲청소년 대상 광고 ▲음주운전 단속 강화 등이라고 진단한다. 또한 장시간 영업 허용 시에는 업소가 귀가 교통 서비스(셔틀·대리운전 형태)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해 음주운전을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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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완화됐음에도 업계와 전문가 모두 일관된 단속이 없다면 정책은 실패한다고 강조한다. 파타야 엔터테인먼트·관광협회는 ▲경찰서마다 단속 기준이 다르고 ▲외국인 관광객은 금지 시간 제도를 몰라 혼란하고 ▲업소들은 처벌을 피하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규정을 해석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파타야 관광객 수는 2년 전보다 약 20% 낮은 수준이며, 주류 규제 관련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될 경우 관광객이 베트남·라오스로 이동할 위험이 있다고 협회는 경고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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