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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르포]한국이 캄보디아 납치 사건 앞에 무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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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 무력한 韓 치안·외교 역량
돈과 권력이 법 위에선 캄보디아
AI발전에 더 짙어진 빈곤과 범죄
선진국은 피해자이자 구조적 공범

[아시아르포]한국이 캄보디아 납치 사건 앞에 무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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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스캠단지의 한국인 납치 피해 사건이 불러온 충격파가 적지 않다. 캄보디아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의 취소 행렬은 물론, 인근 라오스·태국·미얀마까지 불안과 공포의 파문이 번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신남방 정책'의 최우선 파트너였던 메콩 지역을 향해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무수한 낙관의 서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지금 그 화려했던 미래 전망은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동남아시아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온 필자와 동료들조차 이번 사건을 보며 "우리가 이 지역을 너무 긍정해온 건가?"라는 반성의 질문을 던질 정도다.


사실 한국인의 해외 범죄 피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특별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있다. 이것은 한국의 국가적 치안 역량이 해외에서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이 처음으로 "집단 감각"으로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경찰은 매우 강력하다. CCTV 역추적, 신용카드 결제 기록 분석, 실명 기반 통신내역 등을 파악해 한국에서의 범죄 해결은 '데이터의 연결'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납치·감금되고 스캠 강제노동으로 끌려 들어가는 순간, 이 모든 기술이 무력화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범죄가 작동하는 질서와 환경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주권'이라는 벽

한국 경찰의 힘은 한국이라는 영토에서만 유효하다. 캄보디아는 외국의 주권 공간이며, 한국 경찰은 현지 경찰의 협조 없이는 CCTV도 볼 수 없고, 현장에 진입할 수도 없고, 용의자를 붙잡을 수도 없다. 캄보디아 경찰이 협조해 주어야 한국 경찰이 움직일 수 있다. 국제 공조가 필요할 것이라는 상식은 완전히 무너진다. 캄보디아 공권력은 한국식 '법'의 언어가 아니라 '힘'의 언어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캄보디아에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해왔다. 2022년 1789억원, 2023년 1805억원, 2024년 2178억원, 2025년 4353억원. 3년 만에 2.4배다. 한국이 지정한 27개 ODA 중점협력국 중 가장 가파른 증가 폭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숫자는 '범죄 수사' 앞에선 무력해진다. 왜냐하면 캄보디아 지방 경찰조직의 충성 대상은 법규나 국익이 아니라 상급 권력·지역 세력·돈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따르지 않는다. 돈을 가진 자의 폭력을 따른다.


한국이 몇천억 원을 ODA로 지원했다고 해서 그들이 한국의 요청을 우선시해줄 이유는 없다. 캄보디아에서 7년간 ODA 사업을 수행한 장지순 상명대 특임교수는 "캄보디아 경찰의 충성 대상은 법규나 국익이 아니라 돈과 힘을 지닌 지역의 실력자"라고 지적한다. 이 말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다. 현지 경찰 조직이 범죄 이권을 중재하는 중개인으로 기능하고, 심지어 국가 조직 일부가 범죄 조직 그 자체가 되는 현실을 반영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것이다. 캄보디아 국경 스캠 콤플렉스는 '국가 공권력'이 독점하는 공간이 아니다. 미얀마 북부 샨주, 태국·라오스 삼각지대와 마찬가지로, 사적 무력+군벌+부패 공무원이 얽힌 권력 생태계가 지배한다. 이 세계에서 법은 선택적이고, 공권력은 때로 범죄 이권을 중개하는 중개인이다. 우리나라 장차관이 찾아간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기미가 없다.


빈곤이 폭력이 되는 시대

우리가 글로벌 사우스를 효과적 투자대상지로만 보던 시대는 이렇게 끝나버렸다. 글로벌사우스의 빈곤은 더는 '그 지역 내부만의 위험'이 아니다. 이제는 동시에 사이버 세계를 거쳐 선진국 시민의 안전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반전되고 있다. 제3세계의 빈곤은 이제 "국경을 넘어오는 폭력"이라는 새로운 안보의 위협으로 돌변한 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앞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글로벌 자본은 '인공지능(AI)·반도체·첨단'에 더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첨단이 집중되는 사이에 그 반대편에선 가난과 폭력의 밀도가 커가고 있다. 캄보디아 북부의 스캠단지, 라오스 국경지대의 사이버 도박 단지, 미얀마 군벌 지역의 암호자산 세탁 플랫폼, 이 모든 것이 바로 피할 수 없는 음지의 산업이 된 것이다.


비단 한국 행정부가 무능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첨단과 빈곤은 서로를 강화하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데이터를 활용한 범죄가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싹트고 도박과 마약, 노예노동이라는 폭력을 동원해 선진국 시민을 공격하는 새로운 세계, 이것이 AI 시대가 만든 냉혹한 현실이다. 우리가 피해자이면서도 동시에 제3세계를 향한 ODA에 인색해야 하지 않을 이유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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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사무국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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