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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칼럼]美 농업 압박 카드로 떠오른 中의 대두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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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계절노동자 의존한 美 농업
대형 농장·기업 보조금 독식 구조
수출 피해에도 트럼프 지지 여전
노동자 인권 고려한 윤리적 경영을

[SCMP 칼럼]美 농업 압박 카드로 떠오른 中의 대두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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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 수입 문제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할 만한 주제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 간 치열한 무역전쟁 속에서 또 다른 분쟁 거리로 떠오른 이후 대두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급증했다.


수치는 가히 충격적이다. 한때 중국의 최대 대두 공급국이었던 미국은 중국이 조달처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로 바꾸면서 공급량이 거의 '제로(0)' 수준까지 급감했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도덕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는 계절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은 대부분 멕시코 출신의 불법 노동자로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한다. 경제적·신체적 위협에도 자주 노출된다.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온 노동자들조차 법의 허점을 악용한 제도 속에서 노예와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때로는 이 과정에서 노골적인 인신매매나 범죄 카르텔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전통적인 소규모 가족 농장들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면서 '전형적인 미국의 이미지'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대형 농업 기업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때로 로비를 통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끌어낸다. 여기에 가혹한 연방 단속 요원들에 의한 불법·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단속까지 더해지면 원시적이고 극단적인 노동 착취가 만연한 노동 시스템이 완성된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농장 일을 하지 않으려 해 농장주들이 외국인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잘못된 믿음이 존재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대형 기업과 그들의 정치적 동맹 세력이 정당한 임금과 복리후생을 제공하기보다 지금 같은 구조가 유지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무역전쟁이 자신의 생계를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본인이 공언한 대로 행동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0'에 표를 몰아줬다. 이들은 본인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을까? 전혀 아니다. 즉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만일 미국의 은행과 초대형 금융 기업이 '너무 커서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농업 산업을 한번 보라. 강력한 미국 농업 로비 세력은 자신들의 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대두 재배 농가들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대두일까? 옥수수와 대두는 미국이 재배하는 두 가지 대표 작물로 슈퍼마켓의 수많은 식품에 사용될 뿐 아니라 가축 사료로도 쓰인다. 이는 관리가 간편하고 재배가 매우 쉽기 때문이다.


미국 전반에 오랜 친공화당 투표 경향이 퍼져있다는 점 외에도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 지역)' 농장주들은 트럼프를 열성적으로 지지했다. 이들은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보조금을 늘리고 규제를 완화해 본인들을 구제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중서부의 농업 의존도가 가장 높은 카운티들은 지난 대선에서 평균 77.7% 득표율로 트럼프에 투표했다.


미국 노동부는 올해 6월 2024년 도입됐던 규정 집행을 조용히 중단했다. 이는 농업 분야 전용 H-2A 비자를 통해 미국으로 고용된 외국인 농업 노동자들이 노예와 유사한 노동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이와 더불어 노동부는 H-2A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입국을 허용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H-2A 비자 농장 노동자 40만명의 최저임금을 3분의 1로 삭감하겠다고 공표했다.


예상대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농장주들을 대상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을 신속히 지급하겠다고도 밝혔다.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1기 때 미·중 무역전쟁 중 약 280억달러의 농업 보조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에도 그 규모가 그보다 작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H-2A 비자 제도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독립 언론사 프리즘은 트럼프 2.0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이렇게 지적해왔다.


"H-2A 노동자들에게 이 제도는 불균형한 계약이다. 막대한 빚으로 시작해 지친 몸과 부서진 건강으로 끝나곤 한다. 일부 운 나쁜 이들은 농장을 떠날 때 더 가난한 상태가 된다. H-2A 비자 제도는 미국 이민 제도에서도 예외적인 형태로 운영돼 왔다. 다른 비자들과 달리 발급 제한도 없다. H-2A 비자는 다른 비자와 달리 복잡한 심사 과정이 거의 없어 빠르게 발급된다. 특히 멕시코 출신 노동자의 경우 승인이 매우 신속하다. 단순하게 보면 H-2A 제도는 수요·공급 논리로 작동한다. 미국 농장주들의 외국인 노동자 수요는 매우 많지만, 그 끝없는 수요가 노동자들에게 협상력이나 권한을 주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사이 H-2A 비자 제도는 폭발적으로 확대됐고 정부 감독은 오히려 더 느슨해졌다.


일부 고용주는 범죄조직이나 인력 브로커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일부 중개인은 본인 명의로 H-2A 비자를 신청해 미국 농장에 노동자들을 배분하면서 대가를 받는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여권을 빼앗거나 폭력·협박을 통해 통제했으며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고 무임금 노동을 강요했다. 심지어 이동과 사회적 교류까지 통제했다.


농장주들도 때로는 범죄 행위에 가담했다. 2023~2024년 한 재판에서 뉴욕주의 한 묘목 재배업체는 멕시코 카르텔을 이용해 노동자 가족의 안전을 위협한 혐의로 기소됐다.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저항할 경우 본국의 가족을 해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미국 전체 농업 노동의 50~70%는 서류 미비 상태의 이주노동자들이 책임지고 있다. 전국 농업 종사자 약 240만명 중 120만~170만명이 이에 해당하는 셈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농업 로비 단체들은 '역경 속에서도 땅을 지키는 미국 소농 가족'의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그런 시대는 예전에 끝났다. 연수익 100만달러 이상인 대형 가족 농장들이 이 산업을 장악한 지 오래다. 2023년 이들은 전체 농업 생산량의 48%, 농지의 31%를 차지했다. 이들의 평균 가구소득은 약 14만7000달러로 대부분 중산층을 뛰어넘는다. 나머지는 소수의 초대형 농업 기업인 '빅 애그(Big Ag)'가 차지하고 있다.


미 정부 보조금이 가장 많이 흘러 들어가는 곳은 곡물을 재배하는 부유한 가족농장과 기업형 농장이다. 2024년처럼 평범한 해조차 미 정부는 총 93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는 전체 농가 소득의 5.9%에 해당한다.


불공정한 보조금, 노동 착취, 각종 범죄 행위를 고려했을 때 중국은 미국의 부패한 농업 부문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


알렉스 로 SCMP 칼럼니스트


이 글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칼럼 A moral case for China to stop buying American soybeans permanently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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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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