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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어"…'990원 소금빵' 닮은 꼴 '470원 바게트' 터졌다 [빵값의 비밀]

시계아이콘02분 27초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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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초저가 빵' 둘러싼 논란 확산 중
프랑스 제빵업계, 저렴한 양산빵 비판
"마트빵엔 사람 없고 기계만 있을 뿐"

편집자주통계청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물가가 4.1%(전년 동기대비) 오를 동안 빵 물가는 6.4%나 상승했다.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48로 기준연도인 2020년(100)과 비교할 때 5년간 38.48% 올랐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간식인 떡볶이, 치킨보다도 더 가파르게 올랐다. 빵은 한때 누구나 즐기던 간식이었지만, 지금은 선뜻 고르기 어려운 가격이 됐다. 어쩌다 한국의 빵값은 계속 가파르게 오르게 됐을까.
"이러다 다 죽어"…'990원 소금빵' 닮은 꼴 '470원 바게트' 터졌다 [빵값의 비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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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990원 소금빵'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프랑스에서도 '470원 바게트'가 등장하는 등 초저가 빵을 둘러싼 논란이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대량 생산과 박리다매로 가능한 초저가 판매지만, 결국 영세 빵집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그동안 베이커리업계가 과도한 이윤을 남겼던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佛 '470원짜리 바게트' 내놓자…업계선 비판
"이러다 다 죽어"…'990원 소금빵' 닮은 꼴 '470원 바게트' 터졌다 [빵값의 비밀] 픽사베이

최근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일부 대형마트가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바게트를 초저가에 내놓으면서 제빵사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초 리들(Lidl)·알디(Aldi) 등 대형마트는 29센트(약 470원)짜리 바게트를 선보였는데, 이는 빵집 평균가인 1.09유로(약 1800원)보다 70%가량 저렴해 '초저가 바게트' 논쟁을 촉발했다.


프랑스 전국제빵·제과협회(CNBP) 도미니크 앙락 회장은 이를 두고 "고객 유인을 위한 미끼 전략이 업계 전체를 하향 평준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수제 빵집은 반죽과 발효에만 몇 시간이 걸리고 인건비가 생산비의 40% 이상을 차지하지만, 대형마트는 자동화 공정으로 빵을 대량생산 할 수 있어 구조적으로 가격 경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는 시간당 1만개의 바게트를 생산할 수 있지만, 제빵사는 하루 400∼600개에 그친다"며 "대형마트 빵에는 사람이 없고 기계만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현지 제빵사들이 특히 반발하는 이유는 바게트가 엄격한 제조 기준을 갖춘 '전통빵'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1993년 빵 관련 법령을 통해 '전통 바게트' 제조 기준을 명확히 규정했다. ▲밀가루·물·소금·이스트 외에는 어떤 인공 첨가물도 허용되지 않고 ▲냉동 반죽 사용도 금지되며 ▲반드시 판매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 구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된 29센트 바게트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반 바게트'로 분류돼, 제빵사들은 대형마트 제품은 동네 빵집의 수제 빵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앙락 회장은 "바게트엔 장인의 노하우가 깃들어 있는데, 슈퍼마켓이 프랑스 요리문화의 상징을 값싼 산업용 빵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슈카월드 '990원 소금빵' 논란과 유사
"이러다 다 죽어"…'990원 소금빵' 닮은 꼴 '470원 바게트' 터졌다 [빵값의 비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 매장으로 영업을 했던 'ETF 베이커리'의 지난달 1일 진열대 모습. 허미담 기자 damdam@

이 같은 논란은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유튜버 슈카월드의 초저가 빵 논란과도 유사하다. 슈카월드는 지난달 팝업스토어 'ETF베이커리'를 열고 '990원 소금빵' 등을 선보였다. 시중에서 소금빵이 3000원 안팎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은 "그동안 빵집들이 과도한 이윤을 남겼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고, 자영업자들은 "영세 빵집의 사정을 반영하지 않고 나온 가격"이라고 반박했다.


슈카월드의 초저가 전략 핵심은 ▲고가 원자재 최소화 ▲고정비 절감 ▲박리다매 방식이다. 990원 소금빵은 버터와 마가린을 함께 써 원가를 낮췄고, 빵 모양과 포장을 단순화해 인건비도 줄였다. 슈카월드 또한 "박리다매여야 가능한 가격"이라며 "하루 생산량 2000개가 한계"라고 설명했다. 반면 개인 빵집의 경우, 대량 판매가 어려운 데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으로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 대신 독창적인 메뉴 개발이나 프리미엄 재료 사용을 통한 차별화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저가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해당 팝업스토어는 오픈 8일 만에 영업을 중단했다. 슈카월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운영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으로 불편과 아쉬움을 드린 데 깊이 사과드린다"며 "질책과 조언을 깊이 새겨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영국도 빵값 논쟁…"재료는 같은데 가격 차이 극명"
"이러다 다 죽어"…'990원 소금빵' 닮은 꼴 '470원 바게트' 터졌다 [빵값의 비밀] 픽사베이

빵값 논란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초저가 흰 빵(45펜스·약 850원)과 고가 사워도우(5파운드·약 9500원)를 두고 극과극인 빵값이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논쟁이 벌어졌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해 3월 "밀가루·물·이스트·소금, 단 네 가지 재료만 있으면 되는 음식이 어떻게 이렇게 극명한 가격 차이를 보일 수 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하며 그 배경에는 원재료의 질 차이가 있고, 결국 이러한 차이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5파운드짜리 사워도우는 농약을 쓰지 않은 밀로 만들어 오랜 시간 자연 발효 과정을 거쳐 영양소가 풍부하고 첨가물이 없다. 반면 45펜스짜리 흰 빵은 대량 생산을 위해 개량된 밀을 빠르게 가공하면서 영양소가 대부분 손실되고, 방부제·유화제 같은 첨가물이 들어간다. 가디언은 "모두가 건강하고 값싼 빵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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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란에서는 지난 5월 제빵사들이 거리로 나와 지금의 빵값으론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밀가루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잦은 정전으로 반죽이 상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제빵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란은 정부 보조금과 가격 규제로 인해 베이커리업계가 빵값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근 보조금 지급마저 지연되면서 제빵사들의 불만이 한층 고조됐다. 제빵사들은 시위 현장에서 "우리는 제빵사지, 노예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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